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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ciej Obara Quartet - Frozen Silence (ECM, 2023)

 

폴란드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가 Maciej Obara의 쿼텟 앨범.

 

1981년생인 마치에이는 2000년대에 데뷔하여, 폴란드는 물론 유럽 전역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뮤지션으로, 지금까지 참여한 다양한 프로젝트 중에서도 북유럽 음악가들과 함께 완성한 일련의 작업에서, 강한 음악적 색과 개성을 지닌 그만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폴란드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처음 결성한 자신의 쿼텟은, 2012년 Take Five Europe 프로젝트에서 베이스 Ole Morten Vågan 및 드럼 Gard Nilssen과의 만남을 계기로, 기존 피아노 Dominik Wania와 함께 새롭게 라인-업을 재편하면서, 현재의 폴란드-노르웨이 4중주로 이어지게 된다. ECM과의 계약을 계기로 MOQ의 활동이 많은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현재까지 레이블을 통해 Unloved (2017)과 Three Crowns (2019)을 발매하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음악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통산 3번째 레이블 발매작인 이번 앨범은 기존 작업에서 보여준 쿼텟의 음악적 색을 더욱 진하게 가다듬고 있다. 동유럽 음악 거장들의 영향을 조금씩 반영했던 기존 작업에 비해, 마치에이의 오리지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면화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는 음악적 영향과 근원에 대한 흔적을 통해, 쿼텟의 고유한 표현을 완성하려고 했다면, 이번 작업은 이미 그와 같은 재현이 이미 자신들의 음악적 언어에 기반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과의 단절이 아닌 연속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마치 MOQ의 음악적 진화의 과정을 결산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며, 현재의 표현 역시 전통과의 연관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특히 인상적인 것은, 묘사적이고 때로는 사적 정서를 반영한 듯한 곡들이 앨범 전체에서 주를 이룬다는 점인데, 이러한 특징은 개별 곡의 제목을 통해 드러나기도 하여, 다분히 표제적인 성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쿼텟의 유기적인 내밀함을 더욱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색소폰과 피아노와의 연관을 통해 전개를 이어가는 과정뿐만 아니라 베이스와 드럼의 자율적 개입 속에서 묘사적 특징과 정서적 표현을 세밀하게 완성하는 진행은, 한층 견고해진 MOQ의 유기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치에이의 작곡은 이와 같은 인터랙티브한 유대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곡의 선명함을 부각하면서도 간결하고 명료한 구성을 통해 상호 간의 자율적 개입과 응집을 개방하고 있으며, 실제 그 실현에 있어 멤버들의 직관적인 능동성은 하나의 견고한 흐름을 완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멤버들이 지닌 개성이 서로 미묘한 대질을 이루는가 하면, 때로는 상호 보완적인 합의를 완성하기도 하지만, 계속 듣다 보면 이와 같은 모습이 MOQ만의 고유한 유기성을 완성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하게 된다. 제한된 스케일 내에서 이루어지는 각각의 프레이즈는 집약적이면서도, 상호 간의 인과성과 텐션을 지속하고 있어, 그 자체가 형상화하는 표현은 긴밀하면서도 입체적이라 무척 매력적이다.

 

집합적인 표현의 완성을 이루는 과정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며, 개별 공간의 능동성을 개방하여 쿼텟의 고유한 음악적 색과 정서적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다. 규범적인 역할로 정의할 수 없는 멤버 각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그 방향이 상호 간의 유대로 향하고 있어, MOQ가 완성하는 미적 표현은, 그 자체로 풍부한 다면성을 집약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동유럽과 북유럽의 단순한 지역적 조합이 기도 하지만, 동시에 뮤지션 각자의 개성을 응집한 것이기에, 그 내용은 무척 풍부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2023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