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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cin Wasilewski Trio - En Attendant (ECM, 2021)

폴란드 재즈 피아니스트 Marcin Wasilewski의 트리오 앨범. 베이스 Slawomir Kurkiewicz와 드럼 Michal Miskiewicz로 이루어진 MWT는 재즈계에서 지니는 의의는 상당하다. 1990년대 초부터 이들은 함께 활동을 이어오며 자신들만의 유니크 한 문법과 표현을 서서히 발전시켜왔을 뿐만 아니라, 2018년 세상을 떠난 Tomasz Stańko의 마지막 쿼텟은 자신의 음악적 영향력과 바운더리를 이들 트리오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말년에 고인이 남긴 위대한 유산을 대변하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은 Krzysztof Komeda에서 토마시로 이어지는 폴란드 재즈의 계보를 연장하는 상징성을 지니기도 한다. 2019년 8월 스튜디오 La Buissonne에서 녹음된 이번 앨범은 Arctic Riff (2020)을 함께 리코딩하기로 한 Joe Lovano가 도착하기 전날, 자신들끼리 함께 사운드 체크와 워밍업을 하며 녹음한 것이었지만, 이후 별도 발매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어 MWT의 일곱 번째 ECM 작품으로 출시가 이루어졌다. 때문에 이번 앨범은 이들 트리오가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축적해온 일상적 저력은 물론 평소 자주 접하기 힘들었던 여러 장르의 원곡에 대한 자신들만의 해석을 함께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이 평소에 얼마나 음악적으로 과충전 된 상태로 지내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는 3부작으로 이루어진 "In Motion, Pts. 1-3"에 있다. 즉흥적인 테마와 더불어 자율성에 바탕을 둔 인터렉티브 한 상호 개입과 대칭적 긴장이 균형을 이루며 수평적 대응을 이어가는 과정은 이들이 평소 자율 공간을 구성하며 이루었던 접근을 확장하는 형태처럼 보이기도 한다. 각자가 지닌 다양한 표현들을 통해 서로의 관계를 확장하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여러 긴장들을 자연스럽게 해소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 극적이다. 마르친의 오리지널인 "Glimmer Of Hope"는 마치 이들의 정서 내면 깊은 곳에 내재한 서정성과 더불어 내밀한 상호 신뢰를 화려하면서도 신중하게 풀어가고 있어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 외에 앨범에서 J.S. Bach의 Goldberg Variations 중 "Variation 25", Carla Bley의 "Vashkar", The Doors의 "Riders On The Storm" 등 여러 장르의 원곡을 MWT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연주도 포함되어 있는데, 다면적인 대응 속에서 원곡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트리오의 공간 속에서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신선한 청각적 이미지를 완성하고 있다. MWT의 다면적인 감각과 폭넓은 표현을 감상할 수 있는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