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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io Batkovic - Mario Batkovic (Invada, 2017)


스위스에서 활동 중인 보스니아 출신의 아코디언 연주자 마리오 바트코비치의 솔로 앨범. 바트코비치는 듀오와 트리오와 같은 일련의 프로젝트는 물론 영화 음악 작곡가로 활동 중인 뮤지션으로 전해진다. 보스니아와 아코디언이라는 두 단어가 주는 선입견이 있다면 말끔히 지워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흔히들 민속적 혹은 전통적이라는 단어로 표현되기 쉬운 음악적 편견은 바트코비치의 음악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실험적인 현대 음악가들이 피아노의 모든 소리를 해체하여 활용했던 것처럼, 바트코비치는 아코디언 그 자체의 고유의 사운드는 물론 키를 누를 때 발생하는 타건음, 벨로우즈를 움직임이나 에어버튼의 개폐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까지 적극적으로 음악 속에 담아내고 있다. 바트코비치는 아코디언의 다양한 표현 영역들을 확장하는데, 때로는 악기의 크기를 잊게 할 만큼 웅장한 사운드를 연출해 마치 소규모의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때로는 관악기의 연주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아코디언의 다양한 표현은 하나의 곡 안에서도 건반 악기,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등의 여러 구성이 협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솔로라는 사운드의 한계를 벗어난 다이나믹한 느낌을 연출다. 기본적으로는 Philip Glass를 연상시키는 미니멀리즘에 근거한 음악적 테마들을 활용하고 있지만 정교한 코드 진행과 화성의 구성을 통해 마치 섬세하게 조율된 현대 실내악의 느낌을 완성한다. 미니멀한 테마가 진행 속에서 스스로의 분화와 발전을 통해 확장된 음악적 형식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개별 곡들 마다 진지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코디언이라는 하나의 단일 악기로 실내악적 완성을 이룬 음악적 쾌거라고 하겠다.

 

2017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