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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rtin Kohlstedt - Feld (Edition Kohlstedt, 2023)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Martin Kohlstedt의 앨범.

 

1988년생인 마르틴은 바이마르 Bauhaus University에서 미디어 아트와 재즈 피아노를 전공했고, 본격 솔로 작업을 선보이기 전까지 일렉트로닉 계열의 댄스 음악을 제작했다. 2012년 피아노 솔로 앨범으로 데뷔 이후 일렉트로닉, 클래식, 아방가르드 등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뮤지션들과 꾸준한 협업을 이어오며 자신의 음악적 지평을 넓혀 왔으며, 이는 마르틴의 음악적 스타일을 다면화하는 계기로 작용하며 자신의 작품 속에 이를 반영해오기도 했다. 그는 또한 음반 제작 및 영화 작곡가로도 활동 중이다.

 

지금까지 마르틴은 피아노 연주 앨범에서부터 전자 장치를 활용한 작업은 물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과의 협업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각각의 앨범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특징을 담아내면서 폭넓은 음악적 세계관과 관심사를 반영하면서도, 직관적인 연주를 바탕으로 여러 요소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마르틴의 고유한 작업 방식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마르틴은 이를 모듈식 구성이라는 말로 정의하며, 악기, 사운드, 템포 등 음악의 다양한 요소를 곡의 맥락에 따라 구조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포괄하는 접근을 지칭한다. 이는 3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각 곡의 독특한 타이틀에서도 나타난다고 밝히고 있으며, 제목의 발음이 연상하는 다양한 추상적 이미지를 상상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 역시 이와 같은 마르틴의 음악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피아노 연주를 중심으로 전자 음향의 다양한 사운드와 효과를 구조화하며, 진행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는 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별 라인에 다양한 특징을 적용하고 각각 고유한 흐름을 지속하며 서로 유기적인 병합을 이루는 구성을 보여준다. 각 라인은 사운드의 특성에 알맞은 엔벌로프의 변화를 거치며 독자적인 교유한 전개를 이어가는가 하면, 여러 효과의 적용에 의한 톤과 텍스쳐의 변화를 보이기도 하고, 사운드의 특성이나 위상을 전위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리버브에 의해 공간적 특징이 달라지는가 하면, 거친 질감이 더해지며 전혀 다른 캐릭터로 바꾸는 등, 그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이나 과정 또한 다양하다. 이와 같은 변화를 동반한 라인의 개별적 흐름들이 서로 유기성을 이루며 곡 전체 고유의 플로우를 완성한다. 비트나 베이스와 같은 요소를 포함해, 사운드 소스 또한 다양한 유형을 활용하고 있어, 그 조합에 따라 곡의 특성을 정의하기도 한다.

 

여러 요소들의 복합적 구성은 마치 에이블톤 라이브의 시퀀싱 모드를 이용한 작업을 떠올리게 할 만큼, 다양한 소스들이 감각적이면서도 극적 변화를 동반하며 풍부한 바리에이션을 통해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소스들은 서로 음향적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배열되어 개별 라인 및 효과의 특징과 변화를 쉽게 인지할 수 있으며,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구성적 특징과 더불어 여러 주변적 효과를 통해 묘사적 표현을 더한 디테일의 완성도 엿볼 수 있으며, 아날로그적인 특징을 지닌 사소한 노이즈나 틱 사운드 등은, 마치 필드 리코딩을 이미지너리 한 방식으로 샘플링한 듯한, 마치 공간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듯한 활용은 인상적이다. 이와 같은 구성의 복합적 변화와 더불어 진행의 핵심을 이루는 멜로디 라인의 선명함은 마르틴 작업에서 주요한 특징을 이루기도 한다. 곡의 특성에 따라 투명한 피아노에서부터 몽환적인 펜더 로드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큐레이션을 거친 여러 키 사운드는, 연주 중심의 특징을 부각하며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는가 하면, 반복적인 루프와도 같은 흐름으로 구성적 특징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역할과 기능으로 작용한다. 특히 이러한 연주의 성격을 부각하는 곡에서는 즉흥적이고 직관적인 창의성이 개입하는 섬세한 방식을 보여주는가 하면, 관악이나 현악과 같은 기악적 라인과의 배열을 통해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을 전달하기도 하여, 마틴의 음악이 지닌 다면적 특징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양한 사운드와 요소를 이용해 포화하는 듯한 밀도를 연출하면서도 개별 소스의 선명한 흐름을 동시에 포착하면서, 구성적 특징과 연주의 흐름을 균형감 있게 다루는 과정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같은 여러 특징이 종합을 이루며 곡마다 각기 다른 구성을 통해 주제를 재현하는 방식은 무척 입체적이고 화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전해지는데, 때로는 어둡기도 하고 가끔은 우울감이 감도는, 앨범 전체의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를 훌륭하게 만들고 있다. 직관을 구조화하고 극적 변화를 체계화하여 온전한 음악적 언어와 표현으로 완성한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