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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ssimo Pupillo - Our Forgotten Ancestors (Glacial Movements, 2023)

 

이탈리아 연주자 겸 작곡가 Massimo Pupillo의 앨범.

 

우리에게는 재즈 베이스를 비롯한 여러 악기 연주자로 친숙하지만 마시오의 음악적 활동은 클래식,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등의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풍부한 교류를 보여주고 있으며, 다양한 학제 간의 협업에서도 활발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개인 작업 또한 이와 같은 다양한 장르적 경험을 반영하며, 앨범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데, 얼마 전 선보인 My Own Private Afghanistan (2023)만 하더라도 일렉트로닉을 바탕으로, 애스닉, 록, 재즈 등의 복합적인 연관을 담고 있다. 이와 비교하면 이번 앨범은 비교적 명료하고 나름의 균일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앰비언트적인 성격을 명확히 하면서도 클래식적인 접근을 활용하고 있어, 그 구성과 형식에서는 다면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전해지는 방식은 무척 선명하다.

 

이번 앨범은 고전적인 기악적 사운드와 텍스쳐를 활용한 음악적 구성이 인상적이다. 그 접근 또한 현대 클래식의 언어에 기반을 두고 앰비언트적인 공간의 묘사를 보여주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며, 이러한 느낌은 전체 음역대에 개별 소스를 배열하고 그 관계를 구체화하는 방식에서 더욱 강하게 전해진다. 무겁고 낮게 깔리는 중저역대의 사운드와 긴 테일의 리버브로 퍼지는 중고역대의 소스들이 대비를 이루며, 어두운 공간 속에서도 신비감이 감도는 극적인 분위를 연출하고 있다. 사운드의 구성만으로 완성한 이와 같은 애트모스피어만으로도, 마치 드라마의 극 중 배경과 인물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개하는 듯한 모습처럼 비치기도 하여, 음악은 첫 도입의 순간부터 강한 흡입력과 몰입을 제공하고 있다.

 

강한 상징성을 지닌 개별 사운드와 이를 조합한 공간의 구성만으로도 이미 하나의 극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어, 음악의 흐름은 상대적인 자율성을 지니게 되고, 덕분에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인 호흡을 지닌 플로우를 완성한다는 인상을 준다. 그 흐름은 간결하여 테마에 집중하며 명료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대신, 개별 곡들에서 보여주는 접근은 다양하여 개별 곡마다 저마다의 고유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플로우가 지닌 간결함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의 큐레이팅 및 구성을 통해 완성한 견고한 서사의 구조 덕분에, 개별 곡들이 극적인 반전이나 요소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이미 그 자체로 독특한 이야기의 흐름을 완성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균일한 특성을 지속하는 사운드의 구성과 이를 활용한 안정적인 흐름은 앨범 전체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부각하며, 이번 작업의 고유한 특징을 완성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섬세한 구성이 지닌 강한 힘을 보여주는 듯하며, 이를 통해 구현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어두운 신비 속에서 포착할 수 있는 다양한 형상의 움직임을 소리를 통해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어 앨범 전체의 고유한 분위기를 지속하면서도, 개별 곡이 지닌 고유한 메시지의 전달에도 명료함을 드러내고 있어, 마시모의 음악적 집중력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장르적 연관을 담은 현대 작곡의 일면을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