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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tthew Puffett & Future Beat Alliance - Lower The Anchor (Reward System, 2023)

 

Future Beat Alliance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영국 전자 음악가 Matthew Puffett의 앨범.

 

이번 앨범은 매튜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무척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듯하다. 1990년대 말부터 영국 테크노 씬에서 Mode-M과 Soul Electrik이라는 예명을 거처, 이후 본격적으로 FB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해당 분야의 중추적인 인물로 자리매김한 매튜는, DJ와 프로듀서로서뿐만 아니라, 영상의 요소를 무대에 도입해 새로운 창의적 요소를 선보인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2020년대에 들어 자신의 음악에 앰비언트와 사운드 트랙적인 요소를 조금씩 반영하기 시작하는데, 이는 그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다양한 영상 관련 음악 작업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번 앨범은 매튜가 최근에 부분적으로 선보였던, 이와 같은 새로운 경향성을 중심으로 완성한 작업이며, 처음 자신의 본명과 함께 발표한 릴리즈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매튜는 이번 작업에서 새로운 음악적 경계를 제안하기보다는 통상적인 표현에서의 확장을 실현하는 듯한 음악적 재현을 선보이고 있다. 그 방식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이나 실내악적 규범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운드와 요소를 활용하는, 비교적 안정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의외이면서도 무척 인상적이다. 고전적인 양식 속에 일렉트로닉의 요소들이 안착하는 과정 또한 유연하면서도 나름의 안정적인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어, 서로의 질감이나 특징을 해치지 않는 일체감을 완성하고 있다. 서로 다른 특징들이 서로 대질을 이루며 연출하는 긴장보다는, 새로운 균형점에서 완성하는 독특한 안정감이 매력의 요소로 작용하며, 이번 앨범의 주요 특징을 이루기도 한다. 스트링 계열의 사운드가 연출하는 고전적인 배경과 전자 음향이 구성하는 레이어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연출이 둘 사이의 조화를 완성할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며, 그만큼 이번 작업에서 각각의 사운드의 조율에 많은 섬세함을 기울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전자 음악적인 특징과 요소가 플로우를 이끄는 과정에서도 관찰할 수 있으며, 양자의 유연한 역학이 연출하는 다양한 연관은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 내용을 풍부하게 완성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사운드의 중첩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균형감으로 완성하는 분위기의 다양성은 이번 앨범의 감상을 흥미롭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편안하고 포근한 공기감을 연출하는가 하면, 때로는 긴장된 분위기를 통해 호흡을 정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앨범의 흐름은 시네마틱한 작법을 떠올리게 할 만큼 무척 극적이기도 하며, 그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전통적인 혹은 익숙한 스케일이나 코드 진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존의 음악적 준칙에 충실한 재현을 엿볼 수 있으며, 동시에 이 모든 과정을 결코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완성할 수 있었던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은 인상적이다. 마지막 트랙에서의 기타 연주는 David Nicholson이 담당하고 있는데, 앨범의 특징을 요약하며 마무리하는 인상적인 방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자 음악이라는 장르적 경향성 속에서, 익숙한 음악적 언어에 기반하면서도, 일상의 경험 속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신비감을, 풍부한 분위기와 배경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앨범이 전하는 경험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 방식 또한 조화와 균형에 중점을 두고 있어, 우리 귀에 도달하는 과정 또한 무척 편안하다. 평범함을 가장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비범함을 쉽게 엿볼 수 있는 앨범이다.

 

 

2023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