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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axime Dangles - Les Délivrés (Lifeguards, 2023)

 

프랑스 DJ 겸 프로듀서 Maxime Dangles의 앨범.

 

1985년생인 막심은 10대 시절부터 클럽 음악을 접하면서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고 일련의 믹스와 컴필레이션 경험을 통해 재능을 축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0년대 중반 Kompakt를 통해 발표한 싱글 작업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레이블 멤버로 본격 합류하게 되었고, 이후 이어진 일련의 작업에서도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릴리스를 선보이면서, 해당 장르의 유명 레이블은 물론 여러 무대의 초청을 받으며 스타급 뮤지션으로 성장하게 된다. 막심의 재능에 주목한 많은 뮤지션들이 그에게 리믹스 작업을 의뢰하면서 Moby, Röyksopp, Miss Kittin & the Hacker, Simian Mobile Disco 등을 비롯해 최근에는 Green Velvet 등의 오리지널에 창의적 재해석과 재구성을 담은 작업도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풍부하면서도 어두운 내면을 담은 테크노, 내면의 욕망을 흔드는 듯한 일렉트로니카를 비롯해, 모듈러 신서사이저와 주변 장치를 활용해 연출하는 신선한 사운드는 단연 공연에서 큰 활약을 한다. 하지만 막심은 지난 몇 년 동안 댄스 플로어를 중심으로 하는 무대에서 잠시 떨어져, 연구 중심의 과학과 예술단체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관련한 여러 유형의 창작을 비롯해 사운드의 공간화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kryptöm을 통해 선보인 Chanfleury (2021)나 Chanfleury Remixes Parts. 1 & 2 (2021) 시리즈 등은, 여전히 기존 막심의 풍부한 감각적 언어를 담고 있으면서도, 구성에 대한 치밀한 접근과 스타일리시 한 표현을 통해, 보다 진지한 감상적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Thomas Grandrémy의 다큐멘터리 연출작 Les Délivrés (2020)를 위한 음악을 담고 있다. OST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막심의 풍부한 음악적 세계관을 다양한 양식의 표현 속에 재현하고 있어 독립적인 음반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며, 흔치 않은 풀-랭스 릴리스라는 점에서도 경청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영화는 대형 음식 배달 업체 플랫폼에 종사하는 등장인물들의 노동환경을 통해, 유연성이라는 허울 좋은 구조가 강요하는 개인 간 고립과 경쟁을 고발하고, 시스템의 소외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무자들의 연대를 다루고 있다. 한 개인의 사회적 성장이 정치적 각성과 연관되어 있음을 다루는 영화의 음악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극에 개입하며, 거대 다국적 기업과의 힘의 균형을 찾기 위한 대립과 긴박은 물론, 개별 근무자들의 속도와 지친 일상, 배달 사고로 숨진 동료를 위한 애도와 분노 등의 모든 상황까지 포괄하고 있다. 상황의 구체성을 음악으로 담아내기 위해 앰비언트, 테크노, IDM, 일렉트로니카 등의 풍부한 장르적 경험을 활용하고, 또한 이를 조합하고 있어, 마치 막심의 모든 음악적 경험을 앨범에 녹여낸 몰입감을 들려주고 있다.

 

일렉트로닉 내의 다양한 장르적 유형과 스타일을 활용하는 방식에서의 유연함 만큼이나, 여러 특징을 지닌 사운드를 통해 이를 재현하는 과정 또한 무척 흥미롭다. 컴프레싱 된 비트에 이어리 한 패드를 교차하여 이질적인 공간을 연출하는가 하면, 강렬한 텍스쳐를 지닌 신서사이저로 또 다른 대비를 만들어 긴장을 구체화하고 플로우를 구조화하는 등의 구성 방식은 무척 노련하고 치밀하다. 이와 같은 진행은 점진적인 빌드-업을 만들기도 하고, 흐름 속에 점층하는 다양한 요소들의 개입을 통해 새로운 분위기의 전환을 이루는 등, 그 방식 또한 획일화되지 않았으며, 매번 나름의 신선한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듈러 신서사이저가 주를 이룬 작업 방식이라고 하지만 현대적인 소스와 전통적인 사운드의 감각적 배열을 통해 풍부한 텍스쳐와 공간적 이미지를 제공하고, 이는 묘사의 구체성을 통해 보다 선명한 방식으로 듣는 이에게 직접 도달한다. 대비를 이루는 서로 다른 캐릭터와 특징을 지닌 음향의 유기적 조합, 각 사운드의 엔벨로프를 통한 점진적 변화와 새로운 균형점에서 전과 다른 양식의 대비적 균형을 이루는 전개 등은 물론, 다양한 공간적 표현을 통해 묘사를 구체화하는 치밀함을 포함하기도 한다.

 

비트 및 스텝 등 다양한 시퀀싱은 물론, 오토메이션이나 패닝 등의 장치적 기능들을 예술적 표현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전자 음악의 텍스트로 삼기에 충분할 만큼 세련되고 감각적이지만, 그 결과로 완성한 음악을 단지 세련되고 감각적이라고 이야기하기에 뛰어난 미적 전개를 담고 있다. 일렉트로닉으로 포괄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적 유형을 다루고 있지만, 마치 현대 작곡의 뛰어난 완성품을 보는 듯한 놀라움과 희열을 경험하게 하는 앨범이다. 영화의 현실 속 주인공들을 위한 완벽한 음악적 헌사다.

 

 

202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