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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ette Henriette - Drifting (ECM, 2023)

 

노르웨이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가 Mette Henriette의 앨범.

 

메테는 셀프 타이틀 앨범 Mette Henriette (2015)를 통해 우리에게 처음 이름을 알리게 된다. 1990년생으로 그녀는 당시 25살이었으며, ECM을 통해 데뷔작을 선보인 최초의 뮤지션이라는 사실이 더해지며 많은 호기심 어린 관심을 받게 된다. 10대 시절부터 작곡한 것으로 전해지는 곡들로, 다양한 장르적 표현과 음악적 양식을 포괄하는 풍부한 음악적 세계관을 펼치고 있으면서도, 이를 하나의 고유한 정체성으로 통합하는 놀라운 성과를 담고 있다. 프로듀서 Manfred Eicher와 엔지니어 Jan Erik Kongshaug의 조합으로 Rainbow Studio에서 녹음이 이루어졌고, 사진은 Anton Corbijn이 촬영하고 있어, 지금 생각해 보면 ECM을 상징하는 모든 요소들이 완전체를 이룬 앨범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해당 앨범과 그녀에 대한 많은 찬사와 호평이 존재하지만, 그 모든 것을 요약하는 한 문장이 있다면 “Mette Henriette is different”로 이미 충분하다.

 

마테는 10대 시절부터 공연 현장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고, 노르웨이와 미국에서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데뷔 앨범 발매 이후에도 전통적인 양식의 밴드 활동은 물론, 다양한 앙상블 및 뮤지션과의 협력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작곡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펼치며 여러 오케스트라와 단체로부터 의뢰받았으며, 수많은 쟁쟁한 아티스트들과 연기 및 무대에서도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은 스웨덴 피아니스트 Johan Lindvall과 호주 첼리스트 Judith Hamann과 함께 진행한 녹음을 담고 있다. 전작에서 보여준 폭넓은 음악적 세계관을 체임버 재즈의 형식으로 규범화한 듯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실제 이번 작업이 담고 있는 내용에서는 보다 더 큰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전작의 다양성을, 이번 녹음에서 실내악적 구성의 엄밀함을 활용해 다면성으로 내면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단순히 여러 유형의 음악적 요소와 표현의 활용에 의지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직 연주와 공간적 구성 그 자체만으로 장르적 복합성을 지닌 새로운 양식을 완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즈는 물론, 미니멀리즘, 현대 작곡, 모던 클래시컬, 앰비언트 등의 다양한 경향적 특징을 동시에 포함하면서도, 그 경계를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이를 내면화하는 미묘함을 아찔하기까지 하다. 때문에 이와 같은 다면성은 어느 하나의 유형적 양식으로 드러나지 않으며, 그 지향점마저 확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온전한 표현을 구축하고 있어, 이를 메테만의 고유한 독창성이라고 정의해도 과언은 아니다.

 

실내악적 구성의 트리오 연주이면서도, 정교하게 펼쳐진 기악적 레이어들을 시퀀싱을 통해 섬세하게 배열한 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 또한 이번 앨범의 큰 매력 중 하나다. 각각의 사운드는 명료한 공간적 위상과 정교한 배음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설정한 다이내믹의 제한된 레인지 안에서 확장과 응축을 이어가며 섬세한 텐션으로 곡의 플로우를 완성하는 치밀함을 보여주고 있다. 단 3개의 사운드 레이어만으로 이루어진 편성이지만, 곡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구성과 특징을 지니고 있어, 각기 다른 유형적 양식을 지향하는 듯한 정교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해당 곡의 특성에 맞는 주법은 물론 연주에서의 미묘한 기교를 활용해 개별 라인의 디테일을 완성하고, 이를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하고 있어, 모든 트랙은 짧은 연주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고유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한 사운드의 디테일 또한 놀랍다. 연주를 통해 재현하는 미묘한 텍스쳐와 어쿠스틱 노이즈조차 너무나도 자명하게 의도한 듯한 음향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때로는 드론, 웨이브, 펄스 등의 미묘한 음향의 움직임을 어쿠스틱 연주만으로 포착하여, 마치 신서사이저로 정교하게 모듈레이션 된 사운드를 듣는 듯한 긴장을 경험하기도 한다. 가끔은 대규모의 오케스트라를 극한으로 미니멀라이즈 하여 그 추상적 핵심만을 남긴 연주를 듣는 듯한 인상을 주는가 하면, 때로는 일렉트로닉으로 시퀀싱 한 연주를 연주 악기를 이용해 기악적 표현으로 재연한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등,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 지닌 명료함에는 다양한 미묘함을 내포하고 있다.

 

치밀하게 디자인된 기악적 내러티브 속에서도 즉흥적 표현을 위한 모티브를 구조화하여, 개별적 임프로바이징의 자율성과 관련한 신선한 접근을 제안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사색적이면서도 심미적인 정합성을 지닌 표현은 물론, 장르적 경계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듯한 신랄함도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 감상하고 해석할 수많은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이미 앞에서 인용하지 않았던가, “Mette Henriette is different”!!

 

 

2023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