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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Michele Rabbia, Gianluca Petrella, Eivind Aarset - Lost River (ECM, 2019)

 

이탈리안 드러머 미켈레 라비아와 트롬본 연주자 잔루카 페트렐라, 그리고 노르웨이 출신의 기타리스트 아이빈트 오르셋의 ECM 신보. 이러한 트리오 조합은 예상 가능하면서도 참신하다. 이미 여러 차례 서로 개별 조합의 구성을 통해 연주를 남긴 기록은 있지만, 이번 앨범은 마치 트리오로 하나의 완전체를 이룬 듯한 인상을 준다. 일렉트로닉 혹은 앰비언트와 재즈의 결합은 이제 낯선 조합의 언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레이블에서 본격적으로 이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는 별개로 이들의 음악 그 자체가 제기하는 진지한 질문은 무척 흥미롭다. 레이블에서는 포스트-앰비언트라는 표현으로 이들 음악의 성격을 정의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앰비언트라는 장르적 특성에서 새로운 경향성이 추가되거나 기존의 관행적 습관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들의 음악을 앰비언트의 관점에서 볼 것인지, 아니면 재즈의 시각에서 감상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는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다만 앰비언트적인 언어 관습을 따르면서 동시에 개별 공간 안에서 재즈의 즉흥적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절충적이지만, 장르의 접합이 발휘하는 시너지는 분명 신선하다. 테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전통적인 재즈의 임프로바이징과 달리 앰비언스를 구성하는 사운드 효과 그 자체가 즉흥의 모티브를 제공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상이한 톤을 지닌 세 가지 전통 악기와 일렉트로닉의 역할은 분명한 대비를 이루지만, 서로 다른 위상을 점유하며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다층적 레이어를 하나의 명료한 효과로 전이시키는 과정 또한 신선하다. 이와 같은 참신함이 결과 혹은 효과로 존재하는 것이지만, 기존의 앰비언트의 장르적 관습과 다른 지점임은 분명하다. '현대음악총서'라는 레이블의 이름에 걸맞은 음악적 선택이다.     

2019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