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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Nathaniel Méchaly - Shadowplay (Milan, 2021)

프랑스 작곡가 Nathaniel Méchaly의 TV 시리즈 OST 앨범. OTT 서비스에서는 The Defeated (2020)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고 OST 앨범은 시리즈의 원제 Shadowplay를 사용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패망한 독일 수도 베를린을 연합국 네 나라가 분할 통치하던 시절, 미국령의 경찰 조직 복구를 돕기 위해 현지에 파견된 NYPD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은 현지에서 벌어지는 연쇄 범죄를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전쟁 중에 실종된 친형의 행방(?)을 찾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기울이는 스릴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음악은 극의 진행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이야기의 전개를 이끌어가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기존 나다니엘 음악이 일부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행했던 극적인 존재감 대신 진행의 서스펜스나 인물의 심리에 안착해 부연하는 역할과 더불어 장면 속 상황의 디테일을 구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음악과 관련해 극 중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폐허가 된 식당 입구에서 훌륭한 솜씨의 첼로 연주를 대가로 동냥을 받아 생활하는 뮤지션의 모습인데, 귀한 과일 통조림을 건네받은 첼리스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순간 카메오로 출연한 나다니엘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식당 앞 연주들은 앨범에 수록되지는 않았다. 대신 음악은 스릴러라는 시리즈의 장르적 성격보다는 역사적 배경을 우위에 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어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맞는 연주를 들려준다. 전체적으로는 오케스트레이션과 실내악적인 구성의 곡들이 주를 이루면서도 첼로 연주가 흐름을 이끌어가는 주요한 모티브로 활용됨으로써 나다니엘 특유의 감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상황과 장면에 따라 관현악을 이용해 극적 긴장에 따라가는가 하면 복잡하고 다난한 심리적 상태를 반영하는 세밀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등, 마치 영상을 위한 음악의 교과서와 같은 일상적 규범에 충실한 모습이다. 앨범을 듣다 보면 어느 장면에서 나왔는지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여성 재즈 싱어의 노래도 수록되어 있고, 고전적인 반주에 맞춰 록 샤우팅을 담은 트랙도 존재하는데 Lily Oakes와 Jay-Jay Johanson 등이 피처링한 곡들이다. 전체적으로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듯한 고전적인 분위기의 연주로 앨범은 구성되어 있지만, 극을 시청하는 청자들의 감각을 염두에 둔 듯한 모던한 느낌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극과 무관하게 독립된 감상용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으며 나다니엘의 첼로 또한 인상 깊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다.

 

202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