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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Oded Tzur - Translator's Note (Enja, 2017)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이스라엘 출신의 테너 색소폰 연주자 오데드 쭈르의 두 번째 앨범. 이번 레코딩 역시 전작 Like a Great River (2015)과 마찬가지로 Shai Maestro (p), Petros Klampanis (b), Ziv Ravitz (ds) 등이 참여한 쿼텟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이번 앨범은 전작의 연장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그 내용이나 스타일 면에서도 무척 유사하다. 전통적인 포스트-밥의 언어에 기초하고 있으면서 오데드 자신의 개인적인 관심사인 미국 전통과 인도 음악의 요소들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고유한 프레이즈를 만들어낸다. 재즈와 인도 음악 사이의 상이한 스케일을 조율하기 위해 색소폰의 키나 리드 혹은 블로우의 미세한 조절을 통해 미분음을 표현한다. 이와 같은 오데드의 테크니컬한 측면들은 연주 그 자체의 기교로 표현되기보다 곡의 진행 속에서 미분화된 세미톤의 자연스러운 활용을 통해 폭넓은 음악적 표현으로 드러난다. 기존에도 수 없이 다양한 방식들로 시도되었던 민속음악과 재즈의 결합이 단순한 협주 차원에서 그친다거나 서로 상이한 두 요소의 대칭적 긴장 관계에 주목했던 반면, 마이크로톤의 자연스러운 구사를 바탕으로 이질적인 스케일들을 동일한 평면 위에서 활용할 줄 아는 오데드의 연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때문에 그의 연주는 재즈의 전통적인 진행 속에서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으면서도 테마나 프레이즈에서 에스닉한 표현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반영한다. 물론 개별 곡 각각이 지닌 연주나 음악적 완성도 역시 뛰어나서 연주자가 지닌 작곡 및 팀 리더로서의 역량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긴 러닝 타임의 연주가 두 곡이나 포함되어 있다.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 연주들은 화려하거나 수사적인 어법보다는 민속 음악의 구성적 특징들을 묘사하기 위해 나름의 치밀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음악적 치밀함 아름다운 멜로디로 완성될 수 있도록 집중력을 발휘한 라인-업의 도움 역시 인상적이다.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익숙하고 가까이 다가서면 낯선, 묘한 느낌의 앨범이다.

 

2017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