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Olivier Bogé - When Ghosts Were Young (Jazz & People, 2017)


프랑스 출신 재즈 뮤지션 올리비에 보제의 네 번째 정규 앨범. 색소폰 연주자로 프로필에 올라왔지만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고 남다른 기타 실력을 소유하기도 했다. 데뷔 초기 Imaginary Traveler (2012)에서는 모달 어프로치에 기반을 둔 정통적인 어법의 연주를 들려줬다면 Naïve 레이블로 이적한 이후 발매한 The World Begins Today (2013)와 Expanded Places (2015)를 거치면서 보다 더 유연한 자신만의 음악적 색을 펼치기 시작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함께 활동했던 Pierre Perchaud (g), Tony Paeleman (p), Nicolas Moreaux (b), Karl Jannuska (ds) 등이 참여하면서 앨범 전체의 안정적인 조화와 하모니에도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데뷔 초기 색소폰 연주자로서의 역할에 큰 비중을 두었던 올리비에는 차츰 어쿠스틱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기타 외에 펜더와 신시사이저 등을 연주하면서 사운드의 완성도는 물론 음악적인 내용도 풍부하게 연출하고 있다. 색소폰 연주자로서 역할을 상대화하는 대신 어쿠스틱 기타를 이용해 곡 진행의 안정과 사운드의 균형을 잡으며 전체적으로는 음악 감독으로서의 위상을 드러내고 있다. 덕분에 이번 앨범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올리비에 자신의 내적 표현들이 더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시적인 스토리텔링 또한 자연스럽게 완성된다. 특히 개별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임프로바이즈 보다 곡 진행의 유기적 시퀀스를 염두에 둔 집약적인 프레이즈는 때로 PMG를 연상시키기도 한다(cf. "Till We Rise Again"). 이러한 균형 잡힌 사운드와 진행에서의 엄격한 공간 활용은 올리비에 자신의 음악적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물론 반대로 스토리텔링의 구체화를 위해 사운드와 공간 구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이야기는 그 자체로 풍부한 감성의 집약체이다. 재즈의 언어적 유연성을 개방하는 대신 그 표현의 밀도는 높임으로써 예전보다 더 깊어진 음악적 성취를 이룬 셈이다.

2018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