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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Owls - Crumbling Light (ATS, 2017)


오스트리아 출신 Simon Oberleitner (p, comp), David Ambrosch (b),  Konstantin Kräutler (ds) 등으로 이루어진 트리오 아울스의 데뷔 앨범. 매우 단순하면서도 전통적인 구성인 트리오 포맷으로 조합 가능한 음악적 스타일과 유형의 다양성에 가끔 놀라게 된다. EST 이후 새로운 트리오의 문법이 과연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구체화되기 전에 이미 새로운 형식의 분화가 이루어졌으며 '그 이후'(post)의 음악적 모색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있다. 사실 아울스의 음악은 그와 같은 방향 모색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곡을 진행하는 스타일이나 트리오의 구성과 관련한 멤버들의 역할을 살펴보면 비교적 전통적인 언어에 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적 표현은 오소독스한 방식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그렇다고 애써 주변 장르와의 접점을 넓히며 다양한 표현 방식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트리오가 갖고 있는 표현 방식들을 내밀하게 조율하여 그 내연을 확장하고 긴장을 유도한다. 이러한 면에서는 Tord Gustavsen Trio와 많은 부분 중첩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만 아울스의 경우 자신들만의 색을 분명히 하기라도 하듯 시종일관 피아노 중심의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며 정교함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섬세하게 구성된 심미적이고 사색적인 테마를 스케치 삼아 마치 채색하듯 이어지는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은 의외로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마치 결과에 대한 분명한 예측을 바탕으로 흐트러짐 없이 펼쳐지는 진행과정은 실내악적 규범을 트리오의 형식에 맞게 변형시킨 듯한 느낌을 준다. 테마나 구성 및 진행에서 TGT를 유독 많이 떠올리게 만드는 "Last Dance", 심각한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음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는 3부작 "Echoes from Syria, Pts. 1~3", 유쾌한 느낌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Dancing Child in a Foggy Landscape" 등 각각의 수록곡들은 나름의 분명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빛이 부서지며(crumbling light) 황혼이 저물었으니 아울스가 음악의 날개를 펼칠 일만 남았다. 

 

2017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