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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ge McConnell - Maybe We're The Visitors (Keyed, 2021)

미국 록 그룹 Phish의 키보드 연주자로 활동 중인 Page McConnell의 앨범. 2000년대 중반부터 간헐적인 솔로 작업을 통해 밴드의 음악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이곤 한다. 그래도 지난 앨범들이 어느 정도 록을 기반에 둔 작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 녹음은 과감한 장르적 이탈을 감행한 새로운 시도처럼 느껴진다. 전곡을 그동안 자신이 수집했던 신서사이저로 녹음했고 장르적으로도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다분히 페이지의 개인적 열망과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개인적인 아이슬란드 체류 일정 중에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를 마주했고 이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타국에서 경험한 서사적인 풍경과 그에 대한 인상을 음악으로 기록하게 된다. '방문자'로서 경험한 그 강렬한 경외감을 담아내기 위해 페이지는 기존의 연주 악기 대신 오로지 신서사이저로 작업을 하게 되는데, 기존의 사운드와는 다른 소리를 이용해 멜로디와 화음을 구성하고 자기 생각을 음악으로 풀어가게 된다. 비일상적인 일련의 경험과 마주한 뮤지션의 감성은 '어쩌면 우리는 방문자일지도 모른다'라는 타이틀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앨범에서 페이지는 주로 빈티지한 신서사이저의 사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적인 일렉트로닉의 텍스쳐와는 상이한 음악적 결을 연출하며 다분히 복고적인 인상을 준다. 때문에 우리는 지구의 '방문자'라는 오래된 윤리적 태도와 더불어, 고전적인 사운드의 텍스쳐와 스타일을 재현하는 그의 음악은 마치 초기 뉴에이지의 철학적 문제의식을 복원하려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앨범이 올드하거나 고리타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음악이 제기하고자 하는 질문이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여러 제작사에서 빈티지를 복각한 악기를 재발매하는 것을 보면 그 사운드 또한 나름의 현재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의미들을 재확인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앨범이다.

 

2021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