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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atrick Hamilton - Moodland (1631 Recordings, 2021)

벨기에 프로듀서 겸 작곡가 Patrick Hamilton의 앨범. 1980년대부터 음악 산업 및 음반 업계에서 경력을 축적했으며 The Globe Recording Studios를 설립하고 BROMO Music Publishing의 오너로 알려져 있다. 이미 해당 분야에서는 나름 아쉬움 없는 입지를 다진 패트릭이 작년 말부터 신생 1631 Recordings를 통해 싱글 몇 편을 연이어 발표할 때만 해도 단편적인 일련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풀타임 리코딩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이나 현대 작곡 혹은 일렉트로닉 분야에 특화된 레이블을 통해 자신의 개인 작업을 선보인다는 것부터 의외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음반사가 지향하는 음악적인 분위기에 걸맞은 접근을 선보인다는 점 역시 흥미로운 대목이기도 하다. 패트릭 본인은 명상과 휴식을 위한 음악이라는 부연 외에는 특별한 언급을 피하고 있는데,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그 이상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피아노 솔로와 미세한 일렉트로닉의 배음을 활용한 앰비언스 외에는 특별한 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곡들의 전개 또한 극적인 분위기보다는 일련의 정서적 평온을 염두에 둔 차분한 진행을 특징으로 한다. 피아노 또한 곡의 특성에 따라 일상적 분위기를 반영한 듯한 펠트 한 톤으로 연출하는가 하면, 때로는 온도감 있는 포근한 사운드로 튜닝하여 배경을 이루는 라인과의 안정된 하모니를 부각하기도 한다. 앨범 전체의 제작 의도를 염두에 두기라도 하듯 피아노 주변에서 배경을 이루는 일렉트로닉의 사운드는 대부분 모노폴릭 한 명료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코드의 진행에 따라 마치 자연스럽게 물결치며 흐르는 듯한 모습을 띠고 있다. 때문에 전체적인 레이어는 무척 단순해 보이지만 소리 하나하나에 섬세하면서도 미세한 변화를 연출하기도 하는데, 음의 피치를 조절해 미묘한 떨림을 통해 불빛의 흔들림이나 물결의 파장과 같은 모습을 소리로 형상화한 듯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배경을 이루는 사운드 또한 벨로시티나 리버브의 폭넓은 웨이빙을 통해 마치 주변 대기의 밀도가 완만하게 변화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때로는 미세한 필드 리코딩을 바닥면에 깔아 음악을 듣는 동안에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하다가 모든 연주가 끝났을 때야 조심스럽게 그 존재를 드러내는 등 음악 곳곳에 무척 세심한 손길이 닿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일상적인 청취 환경에서 평온과 휴식을 위한 소재로도 좋고, 감상용 시스템에서 자세히 들어도 색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202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