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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echblende - In The Hands Of Others (Auxiliary, 2021)

Pechblende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스웨덴 전자음악가 Anna Bengtsson의 앨범. 2010년에 론칭해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ASC라는 활동명을 지닌 영국 전자음악가 James Clements의 작업을 소개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던, 사실상 개인 레이블과 마찬가지였던 Auxiliary에서 무명 신인 뮤지션의 음악을 카탈로그에 포함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물론 이러한 전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한 일도 아닐뿐더러 이렇게 합류한 몇몇 뮤지션들의 경우 레이블의 음악적 성격을 강화하는 역할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새로운 이름에 관심을 두게 된다. 아쉽게도 페치블렌드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며 Apathy and Silence (2019)을 발표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이 앨범을 감상할 방법은 쉽지 않다. 다만 그녀가 현재의 앨범에서 들려주는 음악적 특징은 레이블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어둡고 무거운 앰비언트 계열의 일렉트로닉과 연관이 있음은 분명하다. 흔히들 말하는 다크 앰비언트 계열로 안나의 작업을 분류할 수 있고 해당 계열의 음악이 들려주는 경향적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내러티브를 이루는 서술적 진행 대신 특정한 테마나 정서에 기반을 둔 묘사적 표현이 주를 이룬다. 서로 대비되는 질감을 지닌 복합적인 사운드를 마치 하나의 라인처럼 구성하여 폴리포닉 한 느낌을 연출하고 있어 그 자체가 전달하는 분위기만으로도 무겁고 음습한 기분을 들게 한다.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을 이어가는 듯한 느슨한 구성의 플로우를 들려주지만, 복합적인 몇 개의 라인들이 서로 트위스트를 이루며 얽혀있는 방식이라 그 느낌은 단순함과는 다른 복잡 미묘함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패드와 사운드 스케이프가 주를 이루지만 일부 곡에서는 단순하고 미니멀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멜로디나 아르페지오를 곡의 전면에 두고 그 뒤에 배경을 배치하는 고전적인 표현도 선보이고 있어 정서적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복합적이지만 복잡하지는 않고 단순하지만 단조롭지는 않은, 절묘한 줄타기를 계속 이어간다는 느낌을 앨범 전체를 통해 받게 되는데, 그만큼 섬세한 사운드 코디네이팅과 정서적 흐름을 염두에 둔 듯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업이다.

 

202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