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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Philipp Schiepek & Walter Lang - Cathedral (ACT, 2021)

독일 기타리스트 Philipp Schiepek와 미국 피아니스트 Walter Lang의 듀엣 앨범. 20대 중후반의 젊은 기타리스트와 60을 바라보는 노련한 관록의 파이니스트라는 나이에 따른 대비는 적어도 이 앨범에서는 통하지 않을 듯싶다. 두 사람은 서로의 호흡을 바라보고 상대의 깊이를 가늠하면서 그 어떤 음악에서도 쉽게 경험하기 힘든 뛰어난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체감이 목적으로 하는 것은 화려한 기량이나 현란한 표현이 아니라 교감 그 자체가 이루는 아름다움을 향해있어 첫 느낌부터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마음마저 포근해진다. 필립이 자신의 데뷔작에서 전자 기타 연주를 들려줬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앨범에서는 나이론 스트링을 들고 나왔고, 발터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한 표현 중에서도 가장 서정성 가득한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 톤과 질감에서 차이가 존재하는 대신 서로 비슷한 음역대를 공유하는 두 악기를 조합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를 미리 염두에 둔 작·편곡을 통해 공간의 역할을 명확히 함으로써 훌륭하게 극복하고 있다. 섬세한 멜로디가 강조되고 있고 이를 고전적인 대위를 통해 공유하면서도, 응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을 구성해 균형 잡힌 하모니를 완성하게 된다. 듣는 순간 누구라도 쉽게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일체감 속에서도 자율 공간 안에서 사적 표현으로 이루어진 음악적 대화를 이어가는 과정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일정한 톤을 넘고 있지 않아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하며, 여기에 서정성 가득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섬세한 표현이 이어지고 있어 무척 포근한 느낌을 전해준다. 고음질 음원으로 들을 경우, 연주만큼이나 녹음도 섬세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탓에 일부에서는 악기의 메커니컬 소음까지 수음되어 해상도 높은 헤드폰에서는 들리기도 하고, 두 악기의 특성상 적절한 레벨에서 다이내믹 레인지를 조절해야 하므로 컴프레서가 잘 먹지 않은 일부 음역에서 날것의 소리가 나오기도 하여, 오히려 일반 스트리밍 서비스에 적당한 감상용 장비로 청취한다면 음악에 더욱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재즈가 보여줄 수 있는 친밀함의 깊이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앨범임은 틀림없다.

 

2021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