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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B - Oxygen (Milan, 2021)

ROB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프랑스 팝 뮤지션 겸 영화음악 작곡가 Robin Coudert의 OST 앨범. 롭이 이번에 작업한 음악은 우리나라에서 O2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Oxygen의 수록곡이다. 한정된 산소가 고갈되어 가는 폐쇄 공간 속에서 깨어난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라는 요약글을 보고 뻔한 진행과 결론을 생각하며 영화를 봤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과 이어지는 결말을 접하며 기대보다 흥미롭게 감상하게 되었다. 기억과 실존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생존이라는 현실 상황과 결부해 이야기로 풀어가는 방식이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다. 영화 속 음악은 철저하게 묘사적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두 개의 상반된 텍스쳐를 설정하여 현재 직면한 위기와 관련된 긴장된 음악과, 그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답이 존재하는 기억의 공간을 다루며 그려내는 아련한 신서사이저 패드 사운드의 질감이 서로 대비를 이루며 영화의 극적 몰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장치의 역할을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다. 영화 속 효과음과 음악이 어우러지며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등, 음악적으로는 다분히 고전적이면서도 기존의 표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오디너리 한 OST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익숙한 음악적 표현에 대해 즉각적인 정서적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스코어의 활용은 오히려 적절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다. 특히 한정된 공간 안에서의 상황을 다루는 데 있어 주인공의 대사보다 때로는 음악이 더 많은 것을 집약적으로 묘사해야 하는 조건에서 일상적 경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운드는 가장 적합한 활용의 예를 보여주는 듯하다. 현실과 기억의 상반된 음악적 텍스쳐의 대비가 반전과 결론에 이르러 이를 어우르는 통합적인 사운드로 완성하는 방식은 지극히 영화적이면서도 인상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영화를 감상한 이후 이 앨범을 듣는다면 조금은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OST이다.

 

20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