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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ich Pellegrin - Solitude: Solo Improvisations (OA2, 2021)

미국 재즈 피아니스트 Rich Pellegrin의 솔로 앨범. 교육자이며 동시에 연주자로 지난 10년 동안 3장의 퀸텟 앨범을 발표했다. 플로리다에서 수업이 없을 때는 주로 시애틀 근교에 있는 휘드비섬에서 머문다는 리처드는 그곳에 있는 교회에서 이번 앨범을 녹음한 것으로 전해진다. 1915년에 제작된 에버렛 콘서트 그랜드지만 연식에 비해 비교적 잘 다듬어진 소리를 들려준다. 그렇다고 정교하거나 섬세한 소리를 내주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인 사운드에서도 약간의 착색이 느껴지는 듯한 미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어쩌면 이와 같은 피아노의 특성 때문인지 리치의 연주는 화려한 기교나 속도가 있는 프레이즈보다는 정서나 감정의 이면을 드러내는 듯한 분위기의 연주를 들려준다. 특별한 제목 없이 25개 전곡에 "Improvisation"이라는 제목에 번호를 붙이고 그 특성에 맞는 연주를 전하는데, 그 분위기는 '고독'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주변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주는 자유로움은 '즉흥'을 위한 좋은 조건임은 분명하다. 때문에 앨범은 긍정적인 효과와 에너지를 몰입해서 표현하고 있는데, 다분히 쓸쓸하고 외로울 것 같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선택적 고립이 주는 자유로움을 즉흥적 서술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 1-2분 전후의 연주들로 완결적 구성을 지니지 않는 자율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마치 감정이나 느낌 혹은 사색의 이면 등을 서술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 틀로부터 자유롭다. 때로는 좌우 두 손이 서로 대화를 이어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내면에 침전에 들어가는 듯한 집요함도 존재한다. 앨범은 펜데믹 이전인 2019년 여름에 녹음되었지만, 정서적으로는 다분히 현재 상황과 연관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고독'의 긍정 효과를 담아내고 있는 앨범이다.

 

202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