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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ger Waters - Is This the Life We Really Want? (Columbia, 2017)


마침내 풀 타임 앨범으로 공개된 로저 워터스의 네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 오페라 사운드트랙 Ça Ira (2005)를 제외하면 Amused to Death (1992) 이후 25년만에 발매된 록 음반이다. Pink Floyd의 해체와 각 멤버들의 솔로 활동, 2005년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의 재결성 공연, 뒤 이은 Syd Barrett과 Richard Wright의 타계 등. 핑크 플로이드의 미래에 대해 묻는 질문에 David Gilmour는 '우리 나이가 이미 60을 넘겼다'는 말을 남기고 자신들의 과거 그룹 활동을 정리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던 중에 The Endless River (2014)를 발표한다. 이 순간에도 워터스는 과거 자신의 음악과 관련한 침묵을 계속 이어갔다. 오랜 침묵 끝에 워터스는 우리에게 "Is This the Life We Really Want?" 라는 질문을 던진다. 신자유주의와 전세계적인 우경화, 이기적인 집단 횡포에 의해 방관되는 국수주의적 정책 결정과 유무형의 폭력 등이 행해지는 현실에 대해 워터스는 오랜 묵언을 깨고 음악적 멀티튜드에게 새로운 사회적 아우토노미아를 요청하고 있다. 이미 수십년 전에 Animals (1977), The Wall (1979), The Final Cut (1983) 등을 통해 외쳤던 사회적 이슈들이 여전히 오늘 날에도 유효하고 그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워터스의 새로운 사회적 질문들이 즉각적인 해답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워터스가 이번 앨범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음악적 방식을 살펴보면 뮤지션 자신이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과거의 방식이 묻어난 음악적 표현은 핑크 플로이드 시절의 스타일과 유사할 뿐만 아니라 4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여전히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유대감 마저 느끼게 해준다. 이제 겨우 정치 권력 하나 되찾아 왔을 뿐인데도 기존 권력의 온갖 저항에 직면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보더라도 워터스의 주장은 충분한 공감을 주고 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젊은 시절 워터스의 음악적 치열함을 엿볼 수 있는 앨범이다.

 

2017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