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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Rouge - Derrière les paupières (Laborie Jazz, 2021)

프랑스 피아니스트 Madeleine Cazenave가 리드하고 베이스 Sylvain Didou와 드럼 Boris Louvet가 참여한 트리오 Rouge의 첫 앨범. 피아니스트 마들린에게 존재하는 이국적 감성과 재즈의 에너지는 이번 앨범에서도 잘 표현되고 있다. 트리오의 고전적 문법을 해체하여 새로운 표현을 위한 접근을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E.S.T.의 영향력이 엿보이고, 여기에 민속적 요소를 활용해 그 영역을 확장하려고 한다는 측면에서는 Tigran Hamasyan이 연상되기도 한다. 어쩌면 그 둘 사이의 접점 어디에선가 귀를 매혹하는 음악이 존재한다면 마들린의 루주 트리오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전적인 트리오의 악기를 사용해 만들어내는 다양한 기악적 사운드는 민속적인 느낌을 강하게 반영하기도 한다. 현의 울림을 제한한 피아노, 보우로 줄을 긁어내는 베이스, 전통 타악의 패턴을 재현하는 드럼 등 부분적인 사운드에서 에스닉의 요소적 느낌을 살린 대목은 트리오의 음악적 지향을 확실히 드러내는 극적 순간이기도 하다. 여기에 펜타토닉에 기반한 주제와 라인에서 보여주는 이국적인 느낌은 확실히 루주 트리오에게서 볼 수 있는 유니크한 감성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트리오라는 압축적인 공간에서 하나의 연주로 재연됨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효과는 다분히 드라마틱하다. 특히 합의의 영역에서 보여주는 치밀한 응집력이 개방 공간의 자율적 표현에서 폭발하는 순간은 서로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이들 트리오의 독창적 표현을 엿볼 기회를 연출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콘트라스트는 기악적 표현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서로 다른 장르적 스케일을 대칭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드러나기도 하여 개별 곡을 듣는 흥미와 몰입감을 더욱 높이게 된다. 어쩌면 이와 같은 지점들이 기존 뮤지션들이 이룬 창의적 표현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수용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며, 이는 그와 같은 기시감으로부터 루주 트리오를 해방하는 요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재즈가 지닌 확장적 표현을 활용해 흥미로운 작업을 완성한 앨범이다.

 

2021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