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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øren Bebe Trio - Home (From Out Here Music, 2016)


2016년 말에 발매된 덴마크 출신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쇠렌 베베의 트리오 앨범. 최근에 일련의 발레 음악들을 선보인 것을 예외로 하면 지금까지 쇠렌은 주로 솔로와 트리오 활동에 집중했다. 이 앨범은 트리오 통산 다섯 번째 스튜디오 레코딩으로 첫 앨범부터 함께 해온 Anders Mogensen (ds)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다. 오랜 공백 끝에 5년 만에 발매된 전작 Eva (2013)에서는 원년 멤버 Niels Ryde 대신 Marc Johnson이 참여해 관심을 끌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유럽 재즈씬에서 나름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Kasper Tagel (b)이 함께하고 있어 참신한 인재기용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흔히 유러피언 재즈 트리오, 여기에 북유럽이라는 지리-문화적 특성까지 고려했을 때 연상되는 음악적 스타일이 있다면 SBT의 음악은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서정적인 테마, 피아노의 진행에 따라 조밀하게 인코딩되는 베이스와 드럼, 그 관계 안에서도 일정한 거리의 공간을 둘러싼 긴장과 텐션 등 가장 전형적인 북유럽 스타일의 재즈 트리오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자칫 진부하다는 오해를 줄 수 있겠지만, 쇠렌의 오리지널 곡들에 담겨진 섬세한 멜로디는 그 자체 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고 미적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마이너 스케일을 활용해도 우울한 느낌이 아닌 멜랑콜리한 감성에 가깝고, 낯선 화성을 중첩시키는 순간에도 이질적이지 않고 오히려 시크한 인상을 준다. 베이스와 드럼의 역할은 유러피언 트리오의 전형에 가깝기 때문에 쇠렌의 피아노 라인과 친숙한 조화를 이룬다. 11곡 모두 한결 같이 편안한 파스텔 톤의 색채로 가득해 인상적이지만 Charlie Haden의 "Our Spanish Love Song"의 테마를 추상화해 조성을 바꾼 듯한 느낌을 주는 "A Simple Song"이나 Tord Gustavsen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Tango for T" 등이 기억에 남는다. 필터로 여과된 일상의 감정들이 음악적 언어들로 표현된 시집 같은 앨범이다. 


2017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