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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 Salter - Juun (STMPD, 2023)

 

네덜란드에서 활동 중인 영국 출신 Samuel Ruddick과 독일에서 활동 중인 스위스 출신 Jeremia Reichen이 함께하는 듀오 프로젝트 S. Salter의 앨범.

 

어제 공개한 Nils Frahm의 LEITER Verlag 레이블 Piano Day, Vol. 2 (2023) 컴필레이션에는 주로 데뷔 10년 이내의 “재능 있고 미래 지향적인 창작자”를 다수 소개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 등장한 생소한 젊은 음악가들도 몇몇 포함하고 있다. 그중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뮤지션 중 한 명이 SS였는데, 이들이 들려준 “So”는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는 앰비언트 계열의 요소를 포함하면서도 간결한 멜로디 라인의 파이노를 통해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에 수렴하는, 안정적인 균형적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를 통해 음악적 내러티브는 물론 고유한 정서적 분위기까지 연출하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음악적 발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달 초에 선보인 이번 SS의 데뷔 앨범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발매사가 STMPD라는 점이다. 클럽 DJ 출신 겸 프로듀서이자 댄스 플로어의 슈퍼스타인 Martin Garrix가 2016년 설립한 STMPD는 일렉트로 및 퓨처 하우스 뱅어를 중심으로 하는 EDM 전문 레이블로, 최근 조심스럽게 앰비언트 계열의 작업을 몇 편 소개한 적이 있긴 했지만, 본격 모던 클래시컬 작품을 발매한 것은 이번 SS의 앨범이 처음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레이블의 새로운 첫 장르 도전과 SS의 데뷔라는 의미를 포함하는 이번 앨범은, 양쪽 모두에게 훌륭한 음악적 성과로 기억할 만한 인상적인 출발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무엘과 제레미아는 8년 전 한 음악 축제의 이벤트 프로덕션을 담당하면서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지며,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초 사무엘이 피아노 데모를 제레미아에게 보내면서 음악 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어갔다고 한다. 1년 동안 암스테르담과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에 몰두했고, 사무엘의 가장 큰 지지자인 외조부모님의 성을 따서 S. Salter라는 팀 이름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피아노를 기반으로 하는 사무엘의 작곡에 제레미아의 섬세한 프로덕션이 더해진 곡들은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동시에 풍부한 정서적 내용을 다루면서 SS만의 유니크 함을 정적인 모습으로 드러낸다.

 

SS의 음악은 통상적인 언어와 표현에 기반하고 있으며, 그 구성 또한 보편적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일상성을 비범한 양식으로 만들어낸 것이 SS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간결하지만 그 자체로 명료함을 지닌 피아노의 라인은 소박한 멜로디를 완성하고, 일련의 반복적 흐름을 통해 음악적 내러티브를 이루며, 그 주변의 다양한 음향과 효과는 묘사적 디테일을 더하며 이야기의 진행에 설득력과 자연스러운 몰입을 제공한다. 개별 사운드의 해상도는 선명하지만 배경에 텍스쳐의 플로우나 노이즈 베드를 활용해 로우-파이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SS 특유의 감성적 분위기는 물론 정서적 반영을 이룬 듯한 모습처럼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텍스쳐, 노이즈, 디스토션 등은 곡 전체의 분위기에 개입하지 않고 부분적인 효과로 활용하고 있어 본격적인 로우-파이로 보기는 힘들지만, 진행의 구체적 흐름 과정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며 정서적 디테일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필드 리코딩은 이와 같은 정서나 감정이 우리 주변의 일상과 밀접히 마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연과 도시의 상징적 특징을 채집한 필드 리코딩은 단순한 묘사적 표현에만 제한하지 않고, 그 자체로 하나의 음향적 효과처럼 다뤄지기도 하는데, 이는 피아노와 같은 개별 사운드 고유의 리버브나 딜레이, 주변 음향의 사운드스케이프 등 다양한 요소들과 레이어를 이루며 음악적 묘사는 물론 공간적 특성을 입체적으로 완성하는 섬세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곡의 성격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의 구성을 통해 음악적 내러티브와 정서적 반영을 구체화하고 있어, 앨범 전체의 흐름은 매 순간 각기 다른 감동을 전하며 이어진다. 향수, 그리움, 고독, 우울은 물론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환희 등과 같은 감정을, 일상의 음악적 표현을 통해 진솔하게 다루면서도, 마치 소박한 문체의 수필을 읽었을 때 전해지는 잔잔한 마음의 침전을 경험하게 한다. 닐스 프람과 마틴 게릭스의 탁월한 음악적 안목을 통해 많은 이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앨범이다.

 

 

20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