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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ecret of Elements - Rebuilding Notre Dame (InFiné, 2023)

 

Secret of Elements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독일 작곡가 Johann Pätzold의 OST 앨범.

 

SoE의 이번 앨범은 몇 년 전 화재로 파괴된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원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위한 음악을 담고 있다. 12세기 초에 공사를 시작해 13세기 중반 완공 이후에도 100여 년 동안 계속된 증축을 거치면서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으로 완성된다. 공교롭게도 14세기 흑사병의 창궐로 중세의 기본 질서는 흔들리게 되고, 그 중심에 있던 교회의 권력과 권위도 새롭게 태동하는 사회 질서 속에서 재편되기에 이르지만, 노트르담 대성당은 유럽의 문화와 문명을 상징하는 거대 건축물로 그 위용은 지속하게 된다. 때문에 2019년 4월의 화재는 그 해 말부터 창궐한 전 세계적 규모의 감염병 사태의 예고처럼 보이기도 하고, 대성당의 복원이 예고된 2024년은 새로운 일상의 회복에 대한 염원과도 맞물려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요한은 구동독에서 태어나 통일 이후의 사회 혼란을 겪으며 성장했고,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통해 반파시스트 운동 및 사회 문제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실 문제에 대한 그의 음악적 발언은 이후에도 지속되어 Monumentum (2017)과 Odesea (2018)과 같은, 독일 내 시리아 난민 수용과 이주 위기를 다룬 미니 앨범을 발매하기도 한다. 피아노를 비롯한 다양한 악기를 독학으로 배웠고, 신경쇠약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첫 번째 앨범인 Minds (2021)를 작곡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묘한 우울함과 연약한 희망을 품은 듯한 요한의 음악은, 이처럼 사회와 개인의 회복과 관련한 한 개인의 염원을 품고 있다. 이는 대성당의 복원 과정과 그 의미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적임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총 3편으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의 각 에피소드는 대성당을 이루는 세 가지 손상된 재료와 요소인 목재, 유리, 석재에 초점을 맞춰, 각 분야의 전문가와 장인이 거대 건축물의 비밀을 발견하고 재건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음악은 이와 같은 세부적 요소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오르간이나 합창과 같이 상징을 이용하여 종교적 의미를 재구성하고 있으며, 노트르담 종소리를 이용해 전체의 테마를 구체화하기도 한다. 파괴된 돌을 다루는 일렉트로닉의 무거운 패드와 드론의 거친 텍스쳐와 과감한 시퀀싱, 깨진 유리 조각을 담아내는 하프와 현악기들의 섬세한 레이어링, 재건을 위한 목조 재료들을 묘사하는 현악 및 코러스의 조합 등, 다분히 상징적 묘사를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음악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비극적 재난을 바라봐야 했던 많은 사람들의 비탄을 다시금 불러오기도 하고, 때로는 폐허 그 자체를 통해 재건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듯한 성찰의 모습도 그려낸다.

 

묘사적 표현과 정서적 반영을 동시에 다뤄야 하는 요한의 음악은 기존 작업에 비해 확실히 확장된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그만큼 다양한 사운드와 요소를 복합적인 방식으로 다룬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통합적인 틀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는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형식적 구분을 따르지 않고, 고전적인 사운드와 현대적인 음향의 대비 또한 다양한 대칭점을 이루면서, 각 요소의 상징성과 의미를 부각하고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는 마치 파괴로 인해 과거와 현재가 온전하지 못한 공존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직설적인 묘사와 더불어, 소실된 과거를 현재의 기술로 복원될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각 사운드와 요소의 조합은 유기적이며, 묘사와 정서를 동시에 다루는 표현이기에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기까지 하다. 대신 희망과 재건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트랙에서 보여주는 음악적 결은 다분히 미래 지향적 특징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의도적 흔적이 보이며, 이는 노트르담 재건이 단순한 종교적 건축물의 복원을 넘어선 보다 큰 의미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아쉽게도 앨범은 다큐멘터리 전체 내용을 포괄하지 않은 일부 선택된 스코어만 수록하고 있지만, 그 전체적인 흐름의 핵심을 다루고 있어 음악적 개요로서는 부족함이 없을 듯싶다.

 

우리 주변 현실의 문제와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동시에 다루면서도 온전한 미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요한의 작업은 이번 앨범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는 듯하다. 이전에 비해 확장된 사운드의 규모와 다양해진 구성을 보여주면서도, 시선과 감정을 동시에 포착하여 완성한 그의 음악은 여전히 탁월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앨범의 마지막 두 트랙의 제목처럼, 노트르담의 복원이 “폐허”로 변한 우리 일상이 “부활”하는 상징이 되었으면 하는 막연한 희망도 함께 품어본다. 앨범의 수록 곡은 레이블 동료인 Frieder Nagel이 재편곡하고 Rashad Becker가 마스터링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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