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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elffish - He She Them Us (Serein, 2017)


라트비아 출신 뮤지션 Andrejs Eigus의 음악 프로젝트 셀피쉬의 신보. 셀피쉬의 이름으로는 무려 13년 만에 발매되는 앨범이다. 긴 공백 기간 중에 DJ로 활동하며 투어는 물론 개인 공연도 활발하게 벌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중간에 믹싱 음원을 비롯해 여러 뮤지션들과 발매한 컴필레이션에 소개되기도 했지만 그나마 2010년대 들어서는 거의 감감무소식이었다. 오랜 침묵 끝에 발표한 이번 앨범은 공백의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와 연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초기 Blue Planet Chill (2002) 시절의 음악을 되돌려 보면 미니멀한 비트 위로 멜로디 라인을 이어가는 다운템포 계열의 소위 딥하우스 음악으로 분류되곤 했다. 하지만 샘플링에 의존하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 직접 연주한 피아노와 어쿠스틱 악기들을 음원으로 활용하고 필드 레코딩을 통해 채집한 사운드를 이용하는 등의 유니크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앨범에서는 과거와 같이 선명한 비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펙트나 효과들이 규칙적인 템포를 반복하며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확실히 예전에 비해 멜로디나 테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부각된다. 결과적으로 일렉트로닉에 가까운 스탠스로 위치 이동이 이루어졌지만 예전과 같이 필드 레코딩을 통해 확보한 음원을 이용하거나 직접 전자 혹은 어쿠스틱 악기를 연주하던 방식을 여전히 병행하고 있다. 실제로 간헐적인 비트나 파열음 등은 드럼 머신으로 찍어낸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녹음한 음원들을 여러 번의 레이어 작업을 통해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어쩌면 전자음악이 만들어내는 비현실적 감각의 배후에 존재하는 실재를 확인 시키기키기 위한 앤드류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작업 방식이 그 만의 음악적 아이덴티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그의 음악에서 느껴졌던, 심박과 음박의 일체감이 불러 일으키는 엑스터시는 비록 부족 할지라도 실존적 고민들로 암울했던 세기말 전후의 기억들을 세포 속에서 소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2017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