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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helly Berg & David Finck - The Deep (Chesky, 2017)


피아니스트 셸리 버그와 베이스 연주자 데이비드 핀크의 듀엣 앨범.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음악적 연륜과 경력을 보유한 두 뮤지션이 이번 앨범을 녹음하게 된 계기는 말 그대로 우연히 이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Livingston Taylor의 데뷔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녹음이 있은 후 사장 체스키는 버그와 핀크에게 듀엣 녹음을 제안했고 모든 장비가 고스란히 남아 있던 바로 그 스튜디오에서 연이어 자신들의 앨범을 레코딩하게 되었다고 한다. 앞선 테일러의 녹음에서는 기타와 보컬에 가려 두 뮤지션의 사운드가 잘 부각되지 않았던 반면 뒤 이은 레코딩에서는 피아노와 베이스가 장악한 전혀 다른 스튜디오의 공기가 전해진다. 자신들의 타이틀로 남겨진 활동도 있었지만 이 두 사람의 이름은 지금껏 유명 뮤지션들의 옆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세션과 사이드맨으로 많은 활동이 주를 이루지만 이들과 함께 했던 인물들의 면모가 역으로 두 뮤지션의 기량과 재능을 증명하기도 한다. 이 앨범은 이들 두 뮤지션이 온전한 자신들의 표현과 자율적 공간 구성 능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두 뮤지션은 손 쉽게 음악적 합의를 이끌 수 있는 기존 유명 곡들에 손을 대는데 Miles Davis의 "Solar", Carlos Jobim의 "Dindi", Bill Evans의 "Peri's Scope"와 같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곡들은 물론 Enrico Pieranunzi의 "Fellini's Waltz"와 같은 비교적 최근의 곡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곡들을 연주할 때는 안정감이 이미 검증된 기존의 전통적인 어법과 역할에 비교적 충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자율성에 의지한 즉흥적 표현과 인터플레이의 공간 활용에 중점을 둔 6개의 트랙에서는 두 뮤지션의 음악적 감각을 표출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율적 공간 속에서도 상대의 호흡과 리듬을 상호 반영하려는 듯한 두 뮤지션의 음악적 태도는 인상적이다. 사람 향기가 깊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2017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