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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imon Denizart feat. Elli Miller Maboungou - Nomad (Laborie Jazz, 2021)

프랑스 피아니스트 Simon Denizart의 앨범. 듀엣 형식으로 녹음된 앨범에는 캐나다 드러머 Elli Miller Maboungou가 피처링을 하고 있다. 듀엣 리코딩이면서도 앨범은 포맷의 형식을 지우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무척 흥미롭다. 피아노는 좌우의 넓은 스테레오 이미지를 점유하고 드럼은 중앙에 있으면서도 뒤로 한발 물러선 듯한 곳에 위치함으로써 협업 관계의 리드를 누가 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피아노와 작곡의 역할이 강조되는 앨범이지만 만약 감상 중에 드럼을 지우고 듣는다면 그 느낌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를 보여줄 것은 분명하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듀엣이면서도 앨범 전체에서 느껴지는 사운드의 볼륨감은 마치 트리오의 연주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이다. 시몬은 피아노가 가진 음역대를 거의 모두 넓게 활용하는 한편 양손 사이의 폴리포닉 한 구성을 펼쳐 마치 두 대의 독립된 건반이 동시에 연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엘리는 킥을 베이스나 비트처럼 활용해 마치 별도의 세션에 의해 프로그래밍이 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피아노와 드럼의 합은 매우 유기적이며 강한 일체감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빠른 속도에 강한 피아노 타건이 주를 이루어 에너지가 넘치며 여기에 밀착되는 비정형적인 드럼 비트를 통해 더욱 감각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이들의 연주에서는 재즈의 혁신을 이끌었던 여러 뮤지션들의 환영이 어른 거리기도 하는데, 피아노 임프로바이징이 펼쳐질 때나 합의된 공간적 구성을 채우며 연주할 때 매번 각기 다른 레전드들의 영향력이 드러나는 순간은 무척 짜릿하다. 듀엣으로 이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화려하면서도 정교하고 심오하면서도 감각적이다. 듣다 보면 타이틀 Nomad를 No Mad로 읽게 되는, 온전한 정신으로 듣기 싫어질 정도로 강한 끌림을 주는 앨범이다.

 

2021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