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Simon Goff - Vale (7K!, 2021)

독일에서 활동 중인 영국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Simon Goff의 앨범. 뮤지션이면서 동시에 그래미상을 수상한 사운드 엔지니어로서의 그의 커리어 중에는 작고한 Jóhann Jóhannsson은 물론 Hildur Guðnadóttir, Dustin O'Halloran, Peter Broderick 등과 같이 오늘날을 대표하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인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경력은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의 음향 공간 구성에 대한 남다른 이해를 제공하는데, 특히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과 같이 고전적인 음악적 정위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사고해야 하는 뮤지션에게는 큰 자산임이 분명하다. 음악인으로서의 사이먼의 경력은 일렉트로닉을 바탕에 두고 있으면서도 현대 작곡의 특징을 반영한 특징을 보여준다. 다만 앨범 이전에는 그 무게의 중심축이 전자음악에 비중을 둔 모습이었다면, 이번 녹음에서는 반대로 연주 악기의 공간이 조금은 더 개방된 듯한 인상을 준다. 이는 어쩌면 레이블의 특성을 반영한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작업을 통해 사이먼은 전자음악과 현악 연주 사이의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다양한 양식들을 모색하고 있다. 때로는 고전적인 양식의 오케스트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하고, 전자 음향의 텍스쳐 위에서 현악 고유의 질감을 스트레이트 하게 대비를 이루는가 하면, 실내악적 스트링 협주 공간이 일렉트로닉의 배음으로 진화를 이끄는 등의 다양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모던 클래시컬 혹은 포스트-클래시컬 계열의 음악들이 대부분 비의적인 테마를 활용해 표현의 영역을 확장하는 반면 사이먼은 비교적 선명한 멜로디와 그 전개를 부각함으로써 나름의 차별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특히 일부 곡에서 전해지는 민속적인 느낌의 주제와 라인은 현악적 특징을 부각할 뿐만 아니라 다분히 고전적인 콘텍스트를 활용해 모던한 표현을 구성하는 감각적인 면모를 드러내게 일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다분히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학적이지 않은 태도는 이 앨범의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현악의 생생한 질감은 물론 균형 잡힌 사운드 그 자체가 주는 만족감도 상당하다.

 

2021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