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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ly & Robbie - Nordub (OKeh, 2018)


자메이카 출신 드러머 Sly Dunbar와 베이스 연주자 Robert Shakespeare가 함께한 S&R의 신보. 드럼과 베이스로 이루어진 이 단출한 리듬 세션이 45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한 생명력을 이어오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음악적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경외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들의 음악적 지형을 스스로 변화시켰고, 어느 순간부터는 음악적 협업을 위한 플랫폼으로도 기능하곤 했다. 레게와 덥을 기반으로 힙합, 소울, 드럼앤베이스, 테크노 등은 물론 협업의 과정 중에 샹송, RnB 등에 이르는 폭넓은 적응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에는 Nils Petter Molvær (tp), Eivind Aarset (g), Vladislav Delay (elec) 등과 함께 또 다른 음악적 시도를 선보인다. 덥에 기반을 둔 댄스홀 뮤직을 2000년대 이후 보다 더 감각적인 형상으로 발전시킨 S&R과 재즈의 어법과 표현을 전자음악과의 접점에서 확장한 북유럽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것인지에 대한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사실상 이번 앨범은 이와 같은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전해주는 감각적인 신선함이 빛을 잃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미 2016년부터 투어 밴드의 형식으로 함께 축적한 경험이 반영되기라도 한 듯, 상이한 장르적 요소들 사이의 불안과 불균형은 이들 그룹만의 독특한 분위기로 안정과 조화를 이룬다. S&R의 강력한 리듬 패턴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닐스와 아이빈드는 라인의 개입을 통해 묘사적인 분위기를 구체화하고 블라디스라브의 효과가 사운드 스케이프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음악적 안정과 균형점을 찾아간다. 다분히 원초적인 리듬 패턴과 도회적인 사운드의 조화가 연출하는 분위기는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서로 대비되는 두 가지 요소의 조합은 감각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앰비언트를 구성하며 각자의 장르적 언어를 넘어서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서로가 상대를 견인하지만, 자신의 본질을 변화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이 과정들 또한 흥미롭다. 도시 속 정글 같은 노르웨이언 덥이다.


2018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