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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pheruleus - Canvas Homes + Supplémentaires (Whitelabrecs, 2021)

영국 기타리스트 겸 전자음악가 Harry Towell이 자신의 레이블 Whitelabrecs에서 발매한 앨범. 이번 앨범은 정확히 작년에 발매된 Home Diaries: Canvas Homes (2020)의 12곡에 '여분'으로 녹음된 6개의 트랙을 더해 발표한 것이다. 앞 12곡은 펜데믹으로 인한 봉쇄가 발표된 직후 녹음된 것으로 집에 머물며 아이폰으로 녹화한 딸을 일상 속 음원에서 첫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연스럽게 앨범은 산책이나 주변 생활에서 얻은 필드 리코딩, 자신의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전자 음향 등의 요소로 이루어진 소박한 표현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후 11월에 또다시 봉쇄조치가 발령되면서 관련된 추가 작업을 기획하게 되는데, 딸의 방에 배치할 조립 가구에 동봉된 여분의 부품 포장에 적인 Supplémentaires를 제목으로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의 앨범으로 발표되었지만 엄밀히 보면 유사한 성격의 프로젝트로 진행된 두 개의 작업이 함께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실제로 전반부와 추가 부분에서 들려주는 음악적인 뉘앙스나 사운드의 질감에서도 쉽게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어쿠스틱 기타가 전면에 부각되며 전체적으로 포근한 이미지를 그려냈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에서는 적막한 분위기의 패드 사운드가 팰트 한 피아노와 대비를 이루며 간혹 딸의 목소리가 등장하는 대목에서 어쿠스틱 기타가 간헐적으로 개입하고 있어 온도 차가 느껴진다. 어쩌면 늦은 봄과 초겨울의 계절 차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으며, 장기화한 감염병 사태로 인해 변해버린 우리의 일상에 대한 정서적 투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집'이라는 메타포가 드러내는 평온함은 전체 작업을 포괄하는 핵심 키워드임은 분명하다.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요소가 딸의 목소리인데, 6개월 만에 훌쩍 성장한 음성을 비교해서 들었을 때 해리가 지었을 표정을 상상하게 된다. 앨범 전체적으로 큰 굴곡이나 웅장한 감명은 없지만, 일상 그 자체의 소소한 변화가 전하는 감동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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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per Relics - The Road Home (Whitelabrecs,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