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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efano Bollani - Joy in Spite of Everything (ECM, 2014)


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스테파노 볼라니의 ECM 신보. 최근 몇 년 동안 주로 듀엣과 트리오 편성의 음악들을 선보여왔던 볼라니가 이번에는 퀸텟 포멧의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2009년에 발매된 트리오 앨범의 맴버들인 Jesper Bodilsen (B)와 Morten Lund (Ds)를 기본으로 하고 Mark Turner (TS)와 Bill Frisell (G)이 참여하고 있다. 볼라니의 리스너들은 그에게서 어떤 새로운 음악적 시도나 표현 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전통의 범위 내에서 표현될 수 있는 현대적 요소들을 그의 연주에서 발견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번 앨범 역시 볼라니적인 특징들을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퀸텟의 형식이지만 이번 레코딩을 위해 새롭게 작곡한 그의 오리지널들은 전통적인 언어에 바탕을 두면서도 서정적 라인을 강조한 볼리니 특유의 감성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또한 볼라니는 연주자들 각자의 공간을 등위에 둠으로써 그 안에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들을 열어두고 있다. 그 안에서 터너의 테너는 평소 자신의 모습과 다를 바 없고, 프리셀의 기타 역시 그만의 톤과 프레이징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또한 그의 지휘는 빈 공간을 애써 채우려고 하지 않고 의도적인 과장도 철저하게 배제한 자연스러운 진행에 방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이와 같은 공간의 자율성과 진행의 유연함은 때로는 강한 에너지로 표출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긴장의 요소로 표현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극적인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긴장마져 풀어 해쳐진 빈 공간에서 배회하는 듯한 느낌의 임프로바이징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러한 점들이 볼라니의 서정적 표현들을 보다 더 진솔하게 만드는 요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편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볼리니 다운 앨범임은 분명하다. 


2014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