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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umrrá - 7 Visións (Clermont, 2021)

스페인 피아노 Manuel Gutiérrez, 베이스 Xacobe Martínez Antelo, 드럼 Lar Legido 등으로 이루어진 트리오 Sumrrá의 일곱 번째 앨범. 자코브의 주도로 2000년에 결성되었으며 이들의 활동 본고장인 갈리시아에서는 지역 명물로 통한다고 한다. 자코브가 주도한 여러 트리오 프로젝트 중에서 숨라는 피아노-베이스-드럼에 일렉트릭을 배제한 고전적인 포맷이지만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그 어떤 그룹보다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음악에서는 정형화된 틀을 발견하기 힘들다. 매번 발표하는 작업마다 전에 없던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기존의 보폭보다 한 발 더 나간 듯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전작 6 Mulleres (2018)와 비교해도 음악적인 톤이나 질감에서 느껴지는 차이는 확연하며, 어쩌면 지금까지의 작업들 중 가장 진보적인 어쿠스틱 실험을 이번 앨범에 담아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앨범이 난해한 실험적 구성을 지녔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전통적인 트리오의 문법과 언어의 형식적 규범을 파괴하지 않고 그 빈틈을 파고들어 균열을 내고 한계를 확장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트리오의 공간은 정형성을 두지 않은 유연한 모습을 취하고 있어 시시때때로 그 형상을 바꾸는 듯하며, 합의의 공간에서조차 자율적 진행의 계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모습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나 혼란스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역동성과 에너지를 축적해가는 듯한 묘한 긴장을 경험할 만큼, 전체적인 균형에서는 나무랄 곳 하나 없이 완벽하다. 때문에 규범적인 오디너리 한 진행을 보이는 순간조차 이 형식이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변모의 요인 중 하나는 드러머 라르의 역할에 있지 않을까 싶다. 온갖 소소한 소품들로 고주파음의 패닝 효과를 연출하는가 하면, 빗소리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가끔은 이것이 일렉트로닉 장비를 이용한 이펙트가 아닐까 싶기도 할 만큼 독특한 감각적 개입을 이룬다. 물론 앨범 형식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음향적 공간감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이들의 퍼포먼스는 실제 무대에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2021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