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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ale of Us - Endless (Deutsche Grammophon, 2017)


최근 몇 년 전부터 Deutsche Grammophon이나 Decca와 같은 정통 클래식 레이블에서 흔히 모던 클래시컬 계열로 분류되는 일련의 음반들을 발매했다. 물론 그 중에는 Max Richter나 Ludovico Einaudi와 같이 현대 고전음악 분야에서 성과를 인정 받은 작곡가들의 앨범도 포함되어 있지만 Joep Beving, Anoice, Sophie Hutchings, Theo Alexander 등과 같이 마이너한 장르로 소외되었던 작가들의 작업까지 선보이는 것은 흥미롭다. 물론 마이너한 장르적 제한이나 열악한 작업 환경 등이 이들의 음악적 수준을 대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또한 이들이 메이저 레이블과 작업할 자격(sic!)이 있는지 여부를 따지려는 것 역시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현상들이 반갑고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서 현대 고전음악의 범주를 확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램도 가지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들 뮤지션들이 마이너한 작업 환경에서 발매한 음악적 성과들이 지닌 확장성과 다양성이 메이저에서는 퇴색하고 제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한 작가들이 최근 DG에서 발매한 앨범들에서도 규범화된 일련의 틀 안에서 자신들의 음악적 표현을 제도화한다는 느낌을 줬다면, 지금 소개하고 있는 테일 오브 어스의 경우에는 메이저 입성을 통해 극적인 음악적 변화를 보인다. 지금까지는 전자음악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니멀에 기초한 딥하우스 계열의 음악을 선보였다면, 이번 DG 신작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변신한다. 어쩌면 레이블에서 허용할 수 있는 경계 안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위치시키기 위해 기존의 특징들을 포기하고 모던 클래시컬과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으로 장르적 스탠스를 바꾼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기존 자신들의 음악과의 격차와 간격은 쉽게 설명하기 힘들만큼 큰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번 신보 그 자체에 대한 인상적인 느낌을 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예전에 이들이 들려줬던 음악들을 기억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협소한 메이저 레이블의 바운다리가 아쉬울 따름이다.


2017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