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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apani Rinne & Juha Mäki-Patola - Open (Hush Hush, 2022)

핀란드 색소폰 및 클라리넷 연주자 Tapani Rinne와 신서사이저/피아노/기타 등을 연주한 Juha Mäki-Patola의 협업 앨범. 타파니는 1980년대 중반부터 여러 편의 공동 작업과 협연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완성한 뮤지션으로, 노르딕 재즈 신을 비롯해 전자음악 분야에서도 실험적인 성과를 선보이는 등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유하는 비교적 최근, 프로듀서와 작곡가로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뮤지션으로, 몇 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의 작업은 물론 여러 편의 영화 음악을 통해 큰 성과를 보여준 신예라고 할 수 있다. 커리어나 음악적 스타일 면에서 눈에 띄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둘은 온라인을 통해 서로 교류를 시작했고, 각자의 홈 스튜디오에서 원격으로 이루어진 작업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이번 앨범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즈, 모던 클래시컬, 앰비언트,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적 언어가 복합적인 융합을 이루며 완성된 이번 결과물은 무척 흥미롭다. 복잡한 사운드의 규합을 이룰 것 같은 이들의 협업은, 그 모든 장르적 표현들을 하나의 단일한 공간 속에 체계화하여 단정하고 몰입감 있는 양식으로 완성하고 있어, 첫 트랙을 듣는 순간부터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다. 타파니는 다중 트랙을 이용한 오버 레이어링으로 자신의 연주에 복합적인 라인을 구성하고 있어 그 자체로도 온전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으며, 유하는 그 주변과 뒤에서 관악의 연주에 최적화된 앰비언스와 사운드 스케이프를 완성하여 보다 입체감 있는 음악적 양식을 완성한다. 유하의 레이어링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타파니의 라인에 맞춘 코드 진행과 플로우를 보여주고 있어, 나름의 인과성과 일체감을 완성하는 정교한 방식을 취한다. 타파니의 라인은 일련의 규칙적인 흐름에 따라 진행되고, 그 안에 임프로바이징의 계기를 섬세하게 확장하는 방식으로, 마치 느린 템포 속에서 작곡과 즉흥이 공존하는 형식을 보여주며, 유하의 연주는 각 곡이 지닌 진행의 규범 혹은 의도를 명확하게 부각하고 공간적 디테일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이어간다. 일정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관악기의 톤과 텍스쳐에 비해, 유하의 사운드는 대칭과 대비를 이루는 복합적인 질감을 조합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적인 음악적인 조화와 앙상블에 있어 더욱 입체적이고 풍부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곡의 특성에 맞는, 정확히는 타파니의 라인들이 이루고 있는 위상과 대위의 성격에 따라, 유하는 가장 적합한 양식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성하는가 하면, 자신의 연주를 첨언하여 하나의 완성된 음악적 형상을 구축한다. 이는 섬세한 사운드 큐레이팅은 물론 이를 조합해 일련의 균일한 흐름으로 이어가는 음악적 치밀함을 전제로 하기에, 얼핏 듣기에는 유하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기여에서는 결코 상대화할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한다. 장르의 모호성이 존재하지만, 오히려 그 경계들을 자신들의 연주와 앙상블을 통해 지워버리는 독특함이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듣는 이에게 상상의 영역을 개방하면서도 구체화된 음악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여 더욱더 인상적이다. 두 연주자 사이의 일체감이 청자에게도 전이되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