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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eodor Wolgers - Dialogues (PIAS, 2023)

 

스웨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Teodor Wolgers의 앨범.

 

테오도르는 10대 시절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공부했고 20대 초에 관현악곡을 완성하는 등, 연주와 작곡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주며, 현재 모던 클래시컬 계열에서 주목할 만한 뮤지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편의 싱글과 미니 앨범을 발표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음악으로 담아내는 재현력뿐만 아니라, 연주 악기의 기악적 특성과 전자 음향의 레이어를 활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유니크 한 개성도 함께 보여준다. 이 외에도 다큐멘터리나 TV 작품을 통해 그의 음악이 기여하는 등, 그의 활동 영역은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테오도르의 첫 풀렝스 리코딩인 Distractions In A Capitalist World (2021)에서는, 다소 도발적인 앨범의 타이틀과는 달리, 피아노, 일렉트로닉, 필드리코딩, 사운드스케이프, 노이즈 및 텍스쳐 등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자기 음악의 다면적 특징을 구현하는 인상적인 성과를 담아내고 있다. 여러 장르적 요소를 이용하고, 그 표현이 지닌 고유한 특징을 부각하면서도, 자신만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온전한 미적 완성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러 뮤지션들과 듀엣 구성을 이루며 완성한 일련의 협업 작업을 담고 있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동료들이 주를 이루며, 앰비언트나 일렉트로닉은 물론 포크와 재즈 등의 주변 장르의 연주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전작을 포함한 기존 작업에서 테오도르 혼자서 재현했던 다면적 특성을, 고유한 개성을 지닌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보다 구체화하고 세분화하며, 이를 통해 자신의 표현이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계기를 포착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단순한 레이어에서 복합적인 구성으로 점진적인 표현의 확장을 이루는 일련의 접근법을 활용하여, 상대 뮤지션과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직면하는 관계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테오도르 특유의 균일한 밀도와 정서적 분위기를 지속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Midori Hirano, Tom Ashbrook, Alexandra Hamilton-Ayres, Abul Mogard, Timo Krantz 등은 테오도르와 유사한 음악적 특징을 공유하며 연주 중심의 진행을 통해 앰비언스의 균형을 완성하며, 섬세한 공간 연출과 현대적인 고전미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비해 Niklas Paschburg, Felix Rösch, Fejká, Luchs 등이 함께 한 트랙에서는 필드리코딩, 전자 음향, 비트 시퀀싱 등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복합적인 레이어의 구성을 통해 다중의 의미를 지닌 공간을 구성하면서도, 감각의 고양이 아닌 정서의 밀도를 축적하는 테오도르 특유의 독특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Bear Garden와의 협연에서는 관악기의 다양한 레이어와 배음이 연출하는 독특한 앰비언스를 구조화하고,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개방하는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Sara Parkman과 Violeta Vicci의 경우 두 사람 모두 바이올린과 목소리를 이용하고 있음에도, 민속과 클래식이라는 서로 다른 음악적 맥락에서 협업을 구성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접근을 통해 완성하는 공간 속에서 표출하는 테오도르의 다면성을 엿볼 수도 있다.

 

테오도르는 연주 중심의 진행을 보여주면서도 상대 뮤지션과 함께 연출하는 공간의 성격에 따라 피아노 혹은 키보드의 톤과 사운드를 섬세하게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하나의 곡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협연한 뮤지션을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어, 함께 완성한 공간에서의 능동성 개방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테오도르 자신의 섬세한 적응도 포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의 성과가 이후 테오도르의 음악에 어떤 반영을 이룰지 기대하게 되는 앨범이기도 하다.

 

 

2023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