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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e Album Leaf - Future Falling (Nettwerk, 2023)

 

미국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Jimmy LaValle의 음악 프로젝트 The Album Leaf의 앨범.

 

전자 음악 내의 다양한 양식의 분화에 따라, 대부분의 뮤지션은 그 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출범하거나 다른 활동명으로 그 경계를 명확히 하기도 하는데, 지미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TAL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자신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중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로 기획한 TAL이었지만, 때로는 밴드의 형식을 갖추기도 했고, 경우에 따라 유연한 음악적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개방하기도 한다. 그만큼 TAL은 지미의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실현하기 위한 또 다른 자아이며, 25년 동안 이룬 작업의 진화를 상징하는 정체성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은 Between Waves (2016) 이후 7년 만에 선보인 정규 작업이지만, 그사이 지미는 여러 편의 영화 음악에 기여하며 꾸준히 라이브러리를 축적해 왔고, 개인 작업을 위한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앨범을 위해 200여 편의 데모 아카이브에서 음악적 흐름과 스타일을 유형화할 수 있는 10개의 트랙을 선별했고, 드럼, 신서사이저, 호른, 기타, 바이올린, 보컬 등을 위한 편곡을 더해 복합적인 레이어의 구성을 지닌 앨범을 완성한다. 때문에 이전의 관습적인 사운드의 활용과 구성은 보다 풍부한 요소의 조합을 통해 새롭게 재현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영화의 사운드트랙 작업에서 활용한 작법을 응용하기도 한다.

 

복합적인 요소와 다양한 레이어의 조합을 포함하고 있어 기존 TAL을 상징했던 로즈 신서사이저나 디지털 패치된 아날로그 소스의 비중은 상대화되긴 했지만, Ryan Svendsen의 호른을 비롯해 기타, 바이올린 등의 연주 악기는 물론 Kimbra와 Natasha Khan의 보컬 등을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적절한 균형점을 보여주고 있다. 드럼 연주와 퍼커션을 샘플링하고 톤을 조절해 음악적 구성에 알맞은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등 기존 TAL의 작법은 물론, James Bernard의 모듈러를 활용한 엔벌로프의 구성을 포함, 시퀀싱을 이용한 유형화된 패턴의 연출 등의 감각적 특징들도 함께 포착하고 있다. 기존에 비해 보다 복합적인 공간 구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요소와 레이어 사이의 유기성은 구조화된 일련의 흐름 속에서 기능적으로 작용하며 안정감 있는 총체성을 완성한다.

 

이와 같은 개별 요소의 섬세한 특징은, 영화 스코어 작업에서 흔히 활용하는 상징적인 캐릭터를 연상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느낌은 단순히 사운드의 성격 외에도, 진행 속에서 구성을 변화하며 완성하는 내러티브적인 흐름을 통해서도 강화된다. 이와 같은 흐름은 극적인 반전과 전개 대신, 반복적인 잔잔한 물결의 지속적인 역동과도 같은 모습처럼 비치기도 하고, 때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축적되는 점층의 변화하는 부피처럼 보이기도 한다. 잔잔한 동적 순간의 연속을 포착하지만, 균일하면서도 감각적인 비트 시퀀싱의 속도감 있는 호흡과 더불어, 섬세한 큐레이팅으로 이루어진 개별 소스들의 유기적인 조합이 이루는 공간의 유연한 변화를 통해, TAL만의 고유한 시네마틱 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앨범의 처음과 마지막에 “Prologue”와 “Epilogue”라는 트랙을 비치하고 있어,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 구성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개별 곡이 전하는 시네마틱 한 표현은 물론 앨범 전체의 흐름이 보여주는 일련의 굴곡은, 그 자체로 하나의 내러티브를 완성하기도 한다.

 

앨범은 슬픔과 상실, 사랑과 기억 등과 같은 통상적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우리 모두가 지난 몇 년 동안 함께 견뎌온 보편적 경험을 반영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상적 반복 속에서 드러나는 정서의 변화를 소리로 표현한 듯한 섬세함을 지니고 있으며, 복합적인 감정을 이질적이지 않은 요소처럼 서로 대면하고 있어,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정화하고 위로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마치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경쾌하게 풀어낸 앨범이다.

 

 

20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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