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The Artie Roth Quartet - Resonants (TPR, 2023)

 

캐나다 베이시스트 겸 작곡가 Artie Roth의 쿼텟 앨범.

 

아티는 20년 이상 토론토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베이스 연주자이며, 여러 뮤지션의 사이드 맨은 물론 TuneTown과 Bob Brough Quartet 등과 같은 밴드의 고정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밴드를 결성해 리더와 작곡가로서의 재능도 함께 펼치는데, 2013년에 색소폰/플루트 Mike Filice, 기타 Sam Dickinson, 드럼/퍼커션 Anthony Michelli 등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쿼텟이 그것이다.

 

ARQ는 지금까지 Currently Experiencing (2015) 및 Discern (2017) 등 두 장의 정규 앨범을 선보였고, 이번 녹음에 이르는 10여 년의 시간 동안 멤버 변화 없이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북미의 전통적인 스텐스에 비교적 충실하면서도, 오늘날의 새로운 언어와 표현을 활용해 나름의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앨범에 대해 ARQ는 “재즈, 록, 펑크, 포크, 앰비언트 음악의 요소를 혼합”하여 “장르를 넘나드는 대담하고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인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접근은 이미 자신들의 기존 작업에서도 보여줬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포스트-밥 이후 재즈가 이룬 다양한 양식의 진화에 주목하고, 그 과정에서 주변 장르와의 관계를 통해 유연한 확장을 이룬 선배들의 경험을 복원해 ARQ의 표현으로,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쿼텟의 기존 작업에도 이와 같은 접근은 존재했으며, 이번 앨범은 보다 폭넓은 표현을 실현하기 위한 과정으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일부 곡에서는 몽환적인 솔로나 전자 음향을 활용한 공간 구성을 통해 앰비언트적인 느낌을 연출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구성이나 진행에 있어서는 본격적인 새로운 장르적 개방을 다룬다기보다는, 그 특징을 활용해 기존 쿼텟의 표현을 확장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주변 장르의 다양한 요소를 다루면서도, 쿼텟의 기본적인 스텐스는 재즈의 전통에 있으며, 이는 6말7초의 융합과 실험을 다룬 다양한 레퍼런스에서 참고할 수 있는 방식과도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연주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접근 방식을 활용해 현대 장르의 요소를 다루는 방식이 보여주는 나름의 신선함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전통을 현재의 조건 속에서 갱신하기 위한 과정에서 ARQ가 담아내는 표현 역시 참신하다. 이는 쿼텟에 내재한 음악적 유연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은 개별 연주는 물론, 서로의 공간을 마주하는 다양한 방식의 인터플레이를 통해서도 관찰할 수 있다. 쿼텟이 어떤 유형의 음악을 다루더라도, 전통적인 입장에 기반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은, 듣는 이에게는 친숙함과 참신함이 공존하는 유쾌한 경험으로 전달된다.

 

ARQ는 재즈라는 지반을 넘어선 과감한 경험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전통의 틀과 그 표현을 확장하기 위한 자신들의 시도를 담아냄으로써, 오늘날의 조건 속에서 재즈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방식을 보여주는 듯하다. 당대의 주변 장르와의 관계 속에서 재즈의 언어가 진화했듯이, ARQ는 자신의 방식으로 그 과정을 실현하고 있으며, 이 또한 새로운 음악적 언어와 표현의 탄생만큼이나 의미 있는 작업임은 분명하다.

 

 

20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