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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lva - Camarão-Girafa (Clean Feed, 2023)

 

포르투갈 첼로/일렉트로닉 Ricardo Jacinto과 드럼/퍼커션 Nuno Morão, 네덜란드 출신의 포르투갈 더블베이스/일렉트로닉 Gonçalo Almeida로 이루어진 트리오 The Selva의 앨범.

 

포르투갈 출신의 뮤지션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커다란 음악적 접점을 찾기 어려운 이들 세 명이 모여 완성한 음악적 합은 놀랍고 신선하다. 서로 다른 음악적 활동 배경을 지닌 이들은 2016년 셀바를 결성하고, 자신들의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에서 형성 가능한 다양한 교착점들을 탐구하며 인상적인 결과들을 도출해 왔다. 즉흥을 기반으로 결성한 트리오 유닛이지만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며, 발표하는 앨범들마다 진화하며 확장하는 자신들의 음악적 양식을 강한 인상으로 전달하고 있다.

 

셀바의 첫 앨범인 The Selva (2017)는 현대 실내악의 모티브와 형식을 취하면서도 민속적 특징을 반영한 독특한 음악적 결합을 선보였고, Canícula Rosa (2019)은 미니멀한 양식의 반본적 페턴을 활용하면서 일렉트로닉과 록의 언어를 접합한 확장적 표현을 연출하여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넓히는 독특한 접근을 담아내고 있다. Barbatrama (2021)는 지금까지 자신들이 선보인 다양한 음악적 교착점을 정교하게 완성하는 동시에 리듬의 역할을 부각하며 새로운 접점을 찾기 위한 다양한 접근을 같이 보여주면서, 트리오의 음악은 차츰 셀바의 고유한 특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이번 네 번째 앨범 역시 셀바의 음악적 진화의 여정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 기억될만하다. 트리오가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음악적 교착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도 이를 보다 정교한 양식으로 확장할 가능성과 더불어, 그 안에 복합적인 장르적 특징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셀바만의 음악적 언어를 보여주고 있다.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 속에서,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셀바만의 단일한 색으로 표출하는 유기적 역동성을 보여준다. 실내악의 엄밀한 구성을 기반으로 하는 양식의 연주에서부터 개별 공간의 자율성을 극단으로 확장한 매시브 한 표현에 이르기까지, 정형화되지 않은 유연한 틀을 통해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함께 포용하며, 이를 다시 자신들의 음악적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각 곡의 성격에 따라 개별화되는 특징이 아닌, 하나의 곡 안에서 다양한 장르적 요소들이 복합적인 절충을 이루며 총체적인 표현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별 표현 혹은 진행에 있어 특정한 장르적 요소를 드러내지만, 그 자체가 곡의 장르적 특징을 대변하지 않는, 마치 탈장르적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앨범 전체를 통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다. 재즈, 일렉트로-어쿠스틱, 모던 클래시컬, 록, 민속 등 다양한 접근 속에서 다각도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개방하고 있으며, 이 모든 개별적 관점에서도 나름의 음악적 완결성과 유의미한 성과를 담아내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교착점 역시 유연한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원시 리듬을 중심으로 전개를 이루던 곡이 플로우 속에서 개별 공간의 자율적 표현의 확장을 통해 다른 장르적 특징을 보이는가 하면, 이 또한 그 결말에서 전혀 다른 양식으로 진화하며 다양한 음악적 변위를 거치는 등, 흐름 그 자체가 음악적 다면성을 강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정은 의도한 음악적 전개일 수도 있지만, 개별 공간의 즉흥적 능동성이 더해지며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표현의 결과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일관된 양식 속에서 플로우를 지속하면서도 다양한 장르적 표현을 응용하며 내적 응집을 더하는 과정도 보여주는가 하면, 엄격한 구성을 지닌 반복적인 리듬의 루프 안에서 임프로바이징의 모티브를 확장하며 음악적 전개를 이어가고, 이를 통해 개별 공간의 자율성을 개방하는 순환도 포함하는 등, 셀바의 음악적 구성 또한 규범화하지 않는 상호 간의 역동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Clean Feed 레이블이 지금까지 재즈 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방식의 실험적 접근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보여주며, 무척 유의미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고 해도, 셀바와 같은 과감함까지 수용하는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 명의 뮤지션이 성장하는 동안, 포르투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지금까지는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모든 시도를 참신하고 신선한 방식으로 완성한 놀라운 앨범이다.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