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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irteen Senses - A Strange Encounter (B-Sirius, 2014)

4인조 영국 그룹 Thirteen Senses의 정규 신보. 2004년 데뷔 앨범의 대박으로 Coldplay나  Keane과 비교되며 스타덥에 부상하나 싶었는데 2집과 3집의 연이은 부진으로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혀져 가던 그룹. 개인적인 생각에는 1집 수록곡 “Into The Fire”의 성공이 워낙 엄청나서 이후에도 이와 같은 성공의 요소들을 활용하는 전략을 취했으나 스타일의 유사성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었던 듯. 10년 전의 우연한(?) 성공이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퇴색시키고 스스로를 평범한 브릿팝 그룹으로 떨어뜨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문득. 이번 앨범은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했던 (혹은 하는) 음악적 방향을 재점검 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인상을 받는다. 기존의 앨범에서 보여줬던 멜랑콜리한 감성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음악적인 구성에 보다 많은 정성을 기울인 흔적들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부진의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닌 말랑말랑함에 매료되었던 팬이라면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음악적 변화의 시도는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만 따로 놓고 살펴본다면 나름의 매력적인 요소들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다. 앨범의 전체적인 톤을 다소 무겁게 내려놓는 대신 현악과 피아노의 역할을 적극 활용한 어레인징과 멜로디 라인에 극적인 요소들을 염두에 둔 진행 등은 주목해볼만 하다. 이러한 음악적 시도는 때로는 70년대 초의 아트락의 분위기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가사 없이 연주 중심으로 이루어진 일부 곡에서는 (물론 이들의 서정적 분위기가 여전히 지배적이긴 하지만) 포스트락적인 요소도 느껴지기도 한다. 곡 하나 하나는 물론 이러한 곡들이 앨범 전체의 진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네러티브를 이루는 섬세함 역시 주목해볼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그룹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앨범들 중 이번 4집이 음악적인 완성도는 가장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이것이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2014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