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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ran Hamasyan - An Ancient Observer (Nonesuch, 2017)


아르메니아 출신의 피아노 연주자 티그랑 하마시안의 논서치 신보. 아르메니아의 전통 음악에서 모티브를 차용한 두 개의 곡을 제외하고 모두 지난 4년 동안 티그랑 자신이 작곡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르메니아의 민속 음악적 요소들을 재즈의 임프로바이징에 적용하여 자신만의 유니크한 음악적 표현을 선보이는 티그랑의 작업은 나름의 흥행 요소까지 겸비하여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단순히 서로 다른 두 장르의 접점에서 음악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경계 그 자체를 확장하기 위한 무수한 음악적 실험들은 티그랑에게서만 엿볼 수 있는 독창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피아노와 연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Mockroot (2015)에서의 음악의 형식적 구성에서의 다양함을 걷어내고, Atmospheres (2016)의 에소테릭한 공간감을 거두고 나니 티그랑 음악의 핵심 요소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듯 하다. 물론 예전에도 A Fable (2010)과 같은 솔로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민속 음악과 재즈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그 두 가지 요소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연주 속에서 접점을 만들어가고 확장되는지를 명료한 표현들로 재현하고 있다. 티그랑은 이들 두 장르의 접점에 바로크 고음악이나 힙합 비트박스와 같은 요소들의 개입 가능성도 개방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양한 계기들이 어떻게 음악적 구성과 임프로바이징의 공간 속에서 내재화되고 단일한 표현으로 완성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도 오버 더빙된 티그랑의 목소리는 박자와 화성의 다이나믹한 변주 속에서 선명한 라인을 이끌고 있다. 뮤지션은 스스로에게 '고대의 관찰자'라는 수식을 붙였지만 역설적으로 티그랑은 현재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 개입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박하지만 명료하고 뮤지션의 음악적 특징과 재능이 잘 집약된 앨범이다.

 

2017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