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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Allhoff, Robert Mehlhart, Cantatorium - Meditations: Chants & Piano (Sony, 2023)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Tim Allhoff, 교회 음악가 겸 신부 Robert Mehlhart, 성가 전문 성악 앙상블 Cantatorium의 협연 앨범.

 

어린 시절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란 팀은 전문 재즈 뮤지션 교육을 이수하고 2000년대 말부터 자신의 트리오를 결성하며 본격적으로 재즈 씬에 뛰어든다. 데뷔 시절부터 대중과 평단의 큰 주목을 받았고 2010년대 중반까지 꾸준히 트리오와 솔로 등의 작품을 비롯해 다수의 영화 관련 작업을 선보이며 음악적 입지를 다진다. 연주와 작곡 외에도 편곡에서도 재능을 발휘하며 클래식과 관련한 다양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2020년 이후 Sony Classical 산하 네오 클래식 전문 레이블인 Neue Meister을 통해 일련의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이번 앨범은 Neue Meister가 아닌 Sony Classical의 카탈로그로 발표하여, 나름 정통적인 클래식의 스텐스에서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녹음을 함께하고 있는 로베르트 신부는 독일 장로교 도미니크회 수사이자 교회 음악가로, 그레고리오 성가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교수이기도 하며, 함께 녹음을 진행하는 성악 앙상블 칸타토리움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6세기말 무렵, 교황 그레고리오 1세의 제위 기간에 성문화된 3000여 곡의 성가는, 현재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필사본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녹음은 그레고리오 성가와 그 이후의 몇몇 작곡 중에서 선별한 13개의 곡을 재현하고 있다.

 

그레고리오 성가와 재즈 피아노의 만남이라는 형식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연주는 5인조 칸타토리움의 성악 앙상블에 팀의 연주가 더해지는 방식에 가깝다. 때문에 이와 비슷한 형식의 선례를 보여준 Jan Garbarek과 Hilliard Ensemble의 성과들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각각의 작업이 전하는 느낌이나 분위기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얀과 힐리어드의 작업은 신과 인간의 관계에서의 엄숙함과 비장함을 강조한다면, 팀과 칸타토리움은 온화함과 평온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두 작업 모두 종교적 경건함을 바탕에 두면서도, 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양면적 태도를 각자의 관점에서 다룬다는 점에서, 두 독일 뮤지션의 성과는 하나의 대칭점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를 마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번 작업은 선별한 100개의 곡을 다시 20개로 추리고, 여기에 팀이 즉흥적인 연주를 더 하며 현대적인 음악적 형식과 어우러질 수 있는 13개의 음악을 최종 선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즉흥적인 모티브에 의해 선곡이 이루어졌지만, 팀은 피아노를 위한 작곡을 통해 두 음악 사이의 관계를 구조화하고 있으며, 그 방식은 재즈보다는 현대 작곡의 관점에서 진행했다고 보인다. 교회 성악의 고전적인 화성의 구조 속에서 하나의 단일한 선율로 이어지는 성악 앙상블의 명료한 진행에 대해, 피아노는 코드 플로우나 여러 유형의 아르페지오 등을 통해,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나름의 서술적 구조를 지닌 표현으로 대면하고 있다. 앙상블의 진행에 반응하고 하모니를 더하는 소박한 양식의 피아노는, 일상적인 종교의 대화 속에 호명과 화답을 이어가며, 마치 신과 인간의 종교적 관계를 음악적 은유로 표현한 듯하다. 피아노는 뭉글뭉글한 점도로 뭉쳐지는 듯한, 펠트 하고 부드럽게 조율한 톤을 유지하여 성악과의 관계를 염두에 둔 것 같은, 안정적인 편안함을 유지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투명한 톤 사운드의 오른손 연주로 선명함을 더하기도 하고, 딜레이로 흔적을 공간에 흩뿌리는 등의 섬세함도 담아내고 있다. 전자 악기를 이용하여 사운드스케이프나 베이스 계열의 음향으로 경건한 밀도감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성악과 피아노의 근본적 관계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마치 공기 주변에 맴도는 햇살의 산란과도 같은, 세밀함을 위한 기능적 표현으로 활용하는 등의 디테일도 엿볼 수 있다.

 

성악 앙상블이 전하는 온화한 목소리에 피아노는 소박하면서도 절제된 표현으로 화답하며, 전체적으로 평온한 안식을 마주하는 듯하다. 때문에 신을 통해 자신의 보습을 반영한 ‘명상’이라는 앨범 타이틀은 무척 합당하며, 은은한 테일의 서스테인에 밀도 있게 공간에 머무는 리버브는, 마치 오늘날 종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방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곡이 담고 있는 종교적인 내용과 무관하게, 고전과 현대의 경계 자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듯한 온전한 일체감만으로도 인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앨범이다.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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