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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m Hobden & Eliot James - Present: Roam (Village Green, 2017)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톰 호브던과 프로듀서 겸 뮤지션 엘리엇 제임스의 공동 작업 앨범. 모던 클래시컬과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영국의 독립 레이블인 빌리지 그린은 유사한 다른 음반사들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적 지향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단순한 음악적 경향성의 집합이 아니라 현대 고전 음악의 연장 속에서 네오 클래식이나 전자 음악을 사고 하고 있으며 그 연관성이 분명한 특징을 지닌 음반들을 주로 발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브던과 제임스의 이번 앨범은 레이블의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의외의 곳에서 시작되었다. 호브던이 멤버로 활동 했던 인디 록 그룹 Noah and the Whale의 데뷔 앨범을 제임스가 제작 및 엔지니어링을 맡았고, 이후 10년이 지난 오늘 이들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장르의 음악 작업을 위해 다시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오케스트레이션 효과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서사적인 네러티브는 후기 낭만파의 음악들을 연상시키며, 짧은 단편들 속에서 명료한 테마와 핵심적인 모티브를 부각하는 모습은 현대 고전 음악의 작업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38명의 연주자들이 한 공간에서 완성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오버 더빙을 통해 만들어진 것과는 다른 자연스럽고 실키한 사운드 텍스쳐를 느끼게 해준다.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해야 하는 군소 레이블의 작업 방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범한 규모와 사운드스케이프는 오랜 준비 기간과 치밀한 계획을 거쳐 실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와 같은 규모로 사고할 수 있는 음악적 확장성의 경계를 어디까지 확정해야 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물론 Karl Jenkins나 Jon Lord와 같은 (음악적 배경과 전력이 유사한) 성공적인 사례도 존재하지만 호브던과 제임스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장르적 특성을 염두에 둔다면 단순한 서정적 어필이나 대중적 감성의 반영만으로는 결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고민 일 것이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음반이기 때문에 반갑고 후속 작업까지 염원하게 되는 앨범이다.

 

2017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