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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Ulrike Haage - Shock Waves (Blue Pearls, 2021)

독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Ulrike Haage의 OST 앨범. 이번 작업은 Volker Heise 감독의 TV 다큐멘터리 영화 Schockwellen: Nachrichten aus der Pandemie (2021)을 위한 음악으로 작년에 공개된 24h Berlin: Ein Tag im Leben (2020)에 이은 두 번째 디렉터-뮤지션 협업이다. 일상의 주요 현안을 주로 다루는 감독의 이번 작품은 작년 초 전 세계를 뒤덮은 감염병 사태를 다루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유행병의 확산을 다루는 뉴스의 태도에서부터 정부의 보건 정책과 이를 대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반응에 이르는 폭넓은 고찰은 물론, 이러한 변화가 정치 사회는 물론 교육과 예술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또 우리 주변을 어떻게 균열시켰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영화를 관람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상 속 어느 장면에서 어떤 음악이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고, 또한 곡의 제목들 또한 그와 같은 유추를 어렵게 만드는 추상적이고 축약적인 타이틀이다. 다만 영화가 다루는 제자가 무겁다 보니 그 안에 삽입된 음악 또한 그 분위기를 닮았다고 짐작하게 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울리케가 어두운 톤이나 거친 텍스쳐 대신 전반적으로 밝고 부드러운 사운드를 이용해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곡의 분위기까지 사운드의 특징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묘한 대비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텐션을 통해 비장함이나 절망감 같은 다양한 감정을 풀어가고 있다. 복잡한 사운드의 레이어링을 피하면서 테마를 이루는 기본적인 악기의 음향과 그 라인을 전면에 부각하고, 일렉트로닉이나 주변 연주들을 통해 구현되는 하모닉스나 효과 또한 거의 최소한의 한계만을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줄 만큼 미니멀하게 구성하고 있다. 마치 어떤 화려한 부연과 묘사보다는 음악 그 자체로 주제에 바로 도달할 수 있도록 연출한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에, 곡에서 느껴지는 몰입은 의외로 강하다. 자신의 피아노뿐만 아니라 색소폰, 하프 등과 같은 다양한 연주 악기의 사운드를 포함해 여러 일렉트로닉의 음향까지 폭넓게 활용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피아노만 하더라도 막을 친듯한 펠트 한 사운드에서 스트레이트 한 음향까지 다양하지만 균일한 벨로시티를 통해 그 감정선을 유지하는 엄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다양함은 극이 제공하는 주제의 기본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서적 균일함은 긴장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 "Rays of Hope"라는 마지막 트랙을 통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짐작할 수 있는데, 울리케는 앞의 곡들에서 유지했던 분위기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그 '희망'이 여전히 고단한 과정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불행한 시대가 만들어낸 인상 깊은 창작물이다.

 

2021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