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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íkingur Ólafsson - From Afar: Reworks (Deutsche Grammophon, 2023)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Víkingur Ólafsson의 작업에 대한 재구성을 담은 미니 앨범.

 

비킹구르는 바로크에서부터 현대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지녔다는 점 외에도, 다양한 양식의 고전을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 안에서 재구성하고, 그 의미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독창성을 보여준 일련의 성과를 통해 큰 주목을 받는 피아니스트다. 음반 작업에서 보여준 창의적 재구성을 기억한다면 그가 무대 공연에서 보여주는 해석은 다분히 오소독스 하다는 인상을 줄 만큼, 스튜디오에서 완성한 비킹구르의 작업은, 그 자체로의 독자성을 지닌 고유한 활동 영역을 구축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비킹구르의 기존 스튜디오 작업들이 시대와 관심을 구분해 집중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줬다면, 최근 발매한 From Afar (2022)는 바흐, 브람스, 슈만, 모차르트, 바르톡, 쿠르탁, 아데 등은 물론 아이슬란드 민요까지 포함해,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즐겨 연주했던 작품들을, 회고적인 시선에서 담아내면서도, 특유의 분위기를 더해 명상적인 분위기로 완성한다. 그랜드는 물론 업라이트 버전도 함께 포함하여 사운드의 특성에 따른 해석의 미묘함을 보여주며, 연주자로서의 음악적 깊이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는데, 이와 같은 그의 창의성은 새로운 음악적 영감을 위한 원천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비킹구르의 음악적 해석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여섯 명의 뮤지션들이 자신의 창의를 더해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재구성한 일련의 작업을 담고 있다. 이미 Reflections (2021)와 같은 전례에서, 비킹구르의 연주를 모티브로 하는 재구성 혹은 재해석 작업은 이미 존재했듯이, 이번 작업 또한 이와 같은 성격의 연장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이번 미니 앨범에는 이전 재구성 작업에도 참여했던 Balmorhea의 Michael A. Muller, Helgi Jonsson, Christian Badzura를 비롯해, Álfheiður Erla Guðmundsdóttir, Herdís Stefánsdóttir, Snorri Hallgrímsson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이슬란드 출신 혹은 레이블 소속 뮤지션들이 함께하고 있다.

 

2022년의 앨범 제목 기준, 브람스의 “No. 4, Intermezzo in E Major. Adagio”, 슈만의 “No. 7, Vogel als Prophet”와 “No. 7, Träumerei”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각 뮤지션들의 음악적 특징을 담기 위한 의도 혹은 편의를 위해, 대부분은 업라이트 연주를 재구성의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슈만의 “Vogel als Prophet”의 경우 Herdís Stefánsdóttir, Michael A. Muller, Snorri Hallgrímsson 등이 작업의 대상으로 삼고 있어, 하나의 같은 모티브에 기반하면서도, 각 뮤지션의 개별적 특징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쉽게 관찰할 수 있으며, 각자의 음악적 성격에 따라 비킹구르의 연주가 어떤 공간 속에서 재현되고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트랙을 감상하는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피아노 연주를 모티브로 새로운 음악적 모티브를 확장하기도 하고, 비킹구르와의 대비와 대조 속에서 긴장과 조화의 균형점을 형성하는가 하면, 피아니스트의 해석과 연주 그 자체에 주목하여 이를 자신의 표현으로 정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분히 직관적인 표제성을 담고 있는 각 트랙의 제목은, 비킹구르와의 관계 속에서 개별 뮤지션의 음악적 특징과 창의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2022년의 원작에서 비킹구르가 보여준 창의적인 재해석이, 오늘날의 조건 속에서 기존 고전들이 현대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면, 이번 EP에 참여한 음악가들은 이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고전이 오늘날의 음악적 언어를 통해, 새로운 지반에서의 현재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에 관한 진지한 탐구이며, 동시에 이에 대한 다양한 창의적인 해법을 수록하고 있는 앨범이다.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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