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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A. – La Grande Bellezza OST (EMI, 2013)


영화에 사용된 음악들을 엮은 앨범은 마치 종합선물세트와도 같다. 잘 차려진 음악 세트들이 좋은 영화와 만났을 때 온전하게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 이번 앨범을 영화와의 관계 속에서 본다면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서) 준수한 점수를 받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지지부진한 일상에서 순간순간 빛을 발하는 듯한 대화와 대사들, 억지스럽게 무엇을 강요하지 않고 던져진 상황에 대처하는 현실적인 자세, 그리고 그에 대한 내 자신의 암묵적인 공감.. 이 영화에서 음악들은 적재적소에 캐스팅된 연기자들처럼 등장한다. 때로는 단순한 배경을 제공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씬을 이끌어가는 스틸러의 역할까지 소화한다. 특히 앤딩 크레딧에서 강물을 따라 흐르던 Vladimir Martynov의 “The Beatitudes”는 영화 전체를 지배했던 정서를 갈무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OST는 2장의 CD가 있다. 첫번째 CD는 마치 현대음악 작가들의 개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해당 분야를 이야기할 때 주요하게 거론될 작곡가들은 물론 주목해볼 만한 연주자들의 곡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마치 한 장의 완성도 높은 컴필레이션 앨범을 접한 느낌이다. 두번째 CD에서는 대중음악에서 진지하게 언급될만한 여러 음악들(예를 들자면 Rachel’s)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첫번째 CD와 대칭적 구성을 이루는 듯 하다. 소박한 영화 속에서 연기했던 음악들이 담긴, 나름 연기파 앨범이다.


2014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