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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adim Neselovskyi Trio - Get Up and Go (Jazz Family, 2017)


뉴욕에서 활동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바딤 네스롭스카이의 트리오 앨범. 2000년대 중반부터 Gary Burton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작곡과 제작에도 참여했던 그의 경력 만큼이나 개인적으로는 러시아 출신의 Arkady Shilkloper와 녹음한 일련의 앨범들을 통해 선보였던 섬세하고 투명한 연주가 바딤의 이름을 기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범 스라브 계열의 뮤지션들이 들려주는 음악적 스타일이 북유럽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정서적인 면에서 드러나는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기란 그리 여럽지 않다. 이와 같은 바딤 정서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표면적으로 더러낸 앨범들이 아카디와의 일련의 듀엣 레코딩이었다면, 이번 트리오 작품은 이를 보편적인 재즈의 언어로 희석시켜 우회적인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번 트리오 앨범에는 이스라엘 출신의 Ronen Itzik (ds)와 뉴욕 태생의 Dan Loomis (b)를 비롯해 스페셜 게스트로 Sara Serpa (voc) 등이 참여하고 있다. 트리오의 형식은 마치 과거 Bill Evans의 스타일을 현재의 문법으로 복기하는 듯한 인상을 줄 만큼 고전적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트리오의 어법과 비교하면 다분히 오소독스한 면이 있지만 바딤은 이러한 원론적인 자세를 통해 자신의 안정적인 포지션을 확고히 가다듬는다. 때문에 트리오의 진행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의외성이나 재기 발랄한 어프로치 등은 기대하지 않게 되지만, 개별 곡이 지닌 인상적인 테마와 멤버들 상호간의 내밀한 인터플레이에 집중력을 보다 더 할애하게 된다(ex, "San Felio", "Prelude for Vibes" 등). 서정적인 테마와 안정적인 진행을 통해 뮤지션의 정서적 취향을 반영하고 있는 듯한 "Winter"와 "Get Up and Go", 트리오와 보컬이 정교한 음악적 대칭을 이루는 "Station Taiga" 등 모든 곡들이 바딤 자신의 오리지널로 채워져 있다. 그 중에서 과거 아르카디와 듀엣으로 선보였던 곡을 피아노 솔로로 연주한 "Krai"은 작곡가와 피아니스트로써의 음악적 재능은 물론 그 특징까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작 뮤지션이 아닌 바딤이 처음 선보이는 트리오 녹음이라 반가운 앨범이다. 

 

2017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