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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argkvint - Månens Hav (LEITER Verlag, 2023)

 

Vargkvint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스웨덴 모던 클래시컬 뮤지션 Sofia Nystrand의 앨범.

 

소피아는 어린 시절 노래 레슨을 잠시 받았지만, 피아노를 비롯한 음악에 대한 학습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한 것으로 전해지며, 밴드 활동을 하고 있던 무렵인 20대 초부터 본격적인 작곡을 시작하면서부터 현재의 Vargkvint 프로젝트를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완전함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는 의미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자주 발매로 선보인 2016년의 미니 앨범에 이어, piano and coffee 레이블을 통해 발표한 Hav (2019)를 통해 결실을 보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LEITER Verlag의 2022년 Piano Day 첫 번째 공식 컴필레이션에 쟁쟁한 뮤지션들과 함께 이름을 올리게 된다.

 

소피아가 전작에서 ‘바다’가 전하는 고요와 불안을, 클래식을 비롯해 민속, 팝, 앰비언트 등의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우울한 정서적 분위기 속에 융합했다면, 이번 앨범은 ‘달의 바다’를 소제로 음악적 영감을 확장하고 있다. 기본적인 음악적 특징이나 분위기는 전작과의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Nils Frahm이 재건한 LEITER Studio의 넓은 공간과 다양한 사운드를 활용해 풍부하고 섬세한 음악적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으며, 그래미 수상자 Antonio Pulli가 공동 프로듀서 겸 엔지니어로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장르에서는 최고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Zino Mikorey가 마스터링을 담당하여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또한 앨범의 거의 전체에 걸쳐 소피아의 음악과 삶의 동료인 Jakob Lindhagen이 함께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 트랙에서는 형제 듀오 Brueder Selke도 참여하고 있다.

 

달이 지닌 은유적인 분위기와 이를 반영하는 상징적인 사운드는, 소피아가 선보였던 기존의 작업과 일련의 관련성을 지닌 듯하면서도,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정돈된 양식과 표현을 통해 내면화된 응집력을 광활한 공간에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복합적이거나 과밀한 구성보다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간결한 대비나 대칭을 이루는 라인을 비치하고, 그 주변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주변적인 사운드나 효과를 더하는 방식이라, 일련의 연속적인 흐름을 따라 이어지는 몰입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때문에 피아노 외의 사운드가 지니는 상징성은 강하게 부각되며, 그 의미를 반영한 섬세한 큐레이팅은 각 트랙이 지닌 특징을 완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일렉트로닉의 패드나 아르폐지에이터로 완성한 라인을 포함해, 독특한 기악적 표현을 지닌 연주 악기 등이 피아노의 카운터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보컬과 목소리가 무척 인상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와도 같은 가녀린 목소리에 섬세한 호흡으로 담아내는 가사의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피아노의 반주에 맞춰 부르는 하모니만으로도 신화적인 신비감을 연출하기도 하며, 허밍으로 이루어진 곡에서 보이스를 여러 레이어로 엮어 다양한 위상에 배열함으로써 공간을 채우고 있어, 앨범 전체에서 사용한 모든 사운드 중에 가장 매력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일렉트로닉은 과도한 엔벌로프의 변화보다는 균일한 속성의 지속을 강조하고 있으며, 때로는 기악적 특징에 근접한 조율을 통해, 마치 현실적 가상을 묘사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피아노의 서스테인과 릴리즈에 걸쳐있는 리버브에, 섬세한 배경음을 더해 공간의 확산을 넓게 표현하는 묘사적 특징 또한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여러 장르적 특징을 내포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곡의 테마나 흐름 속에서 다면성이 내면화된 듯한, 은유적인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각 트랙이 지닌 미묘한 장르적 편차는 곡이 담고자 하는 주제 혹은 표제에 따른 표현의 차이처럼 보일 만큼, 앨범 전체가 지닌 신비한 우울감은 그 모든 간극을 뒤덮어 버린다. 밤하늘을 바라볼 때 어두운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앨범이다.

 

 

2023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