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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arious Artists - Piano Day, Vol. 2 (LEITER Verlag, 2023)

 

2023년 Piano Day 기념 LEITER Verlag 레이블 컴필레이션 앨범.

 

2015년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Nils Frahm의 제안으로 2016년 처음 시작한 피아노 데이는, 이제는 세계 각국의 연주자들은 물론 음반사들이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할 만큼, 피아노와 관련한 음악계의 모든 관계자는 물론 청취자까지 함께 축하하는 중요한 연례행사로 자리하게 된다. 피아노 건반 수인 88번째 날에 맞춰, 기념 싱글이나 음원을 공개한 연주자는 물론, 주요 메이저 음반사에서는 자체 편집 스트리밍이나 팟캐스트 등을 선보이며, 올해의 피아노 데이 역시 자율적이면서도 전 세계적인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LEITER Verlag의 컴필레이션에 주목하는 이유는, 행사를 처음 제안한 닐스가 설립한 레이블이라는 점 외에도, 피아노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모던 클래시컬 혹은 앰비언트 계열의 장르적 특성을 요약하는 흥미로운 다이제스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처음 선보인 Piano Day, Vol. 1 (2022)의 경우 32 트랙에 2시간이 넘는 풍부한 인덱스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중량감 있는 거물급 아티스트에서부터 새롭게 도약하는 신인에 이르는, 오늘날을 대표하는 다양한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한 모음집으로 제작되었다.

 

작년의 기념 앨범에 비한다면 이번 컴필레이션은 다소 축소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13개로 적어진 트랙 수는 물론이고, 닐스 자신을 포함해 장르를 대표하는 거물급으로 언급할만한 뮤지션의 이름도 그리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곡 하나하나를 보면 이번 모음집이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Yann Tiersen이나 Matthew Bourne와 같은 비중 있는 중진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2010년대 이후에 데뷔했거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처음으로 자신의 작업을 선보인 젊은 뮤지션들이 컴필레이션의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반영하면서도 새롭게 주목할만한 신선한 접근을 다양하게 소개하기 위해 세심한 큐레이팅을 거쳤음을 볼 수 있다. 구성 또한 기존 곡들이 아닌 앨범을 위해 새로 작업한 연주로 채워져 있어,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선보인 그 어떤 컴필레이션보다 알찬 내용을 담고 있다.

 

데뷔 10년 차 이내의 신인이 주축을 이뤘다고 해도 AVAWAVES, Sophia Jani, Hélène Vogelsinger, James Heather, Meredi 등과 같이 이미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정상급 뮤지션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으며, Liam Mour나 S. Salter처럼 비교적 최근에 데뷔했음에도 충분히 주목할만한 인상적인 음악적 작업을 선보인 신예들도 함께하고 있다. 피아노와 모던 클래시컬이라는 테마로 완성한 앨범임에도, 이 안에서 다루는 다양한 양식의 연주도 끝없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Daigo Hanada, Matthew Bourne, Meredi, Marta Cascales Alimbau와 같이 피아노 연주를 중심에 두고 전자 음향의 배음을 활용해 공간과 뉘앙스를 섬세하게 완성하는 다양한 방식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Liam Mour는 피아노와 키보드의 폴리포닉 한 톤 사운드로 조합을 이룬 단순한 구성의 솔로임에도, 연주와 사운드 자체로 전달할 수 있는 정서적 깊이를 심도 있게 표현하고 있으며, 그가 최근에 선보인 감각적인 표현과는 다른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고 있어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에서의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로 손꼽고 싶다. 또한 AVAWAVES, Sophia Jani와 같이 전자 음향과의 다양한 연관을 다룬 작품도 포함하고 있으며, Kaitlyn Aurelia Smith처럼 효과를 이용한 신선한 접근은 물론, Hélène Vogelsinger, Yann Tiersen 등은 복합적인 구성을 활용한 인상적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Otto A. Totland는 기타와 피아노의 대위적 구성 속에서, 일상의 흐름을 포착한 듯한 필드 리코딩의 묘사적 표현이 대비를 이루며 고립감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오랜만에 그의 내밀한 음악적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S. Salter는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는 앰비언트 사운드와 균형적 조화를 이루며 고유한 음악적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어, 이번 앨범을 통해 접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수확 중 하나이다. Sinemis의 피처링으로 완성한 James Heather의 트랙은 묘사적 표현을 이루는 배경에서의 복합적인 사운드 플로우와 전경에서 안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전달하는 섬세한 우울감을 표현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번 앨범은 한정적인 장르적 특성 속에서 피아노 연주가 지닌 현재성을 담아내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400년이 넘는 악기의 역사 속에서도 왜 피아노가 아직도 현실을 대표하는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악기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음악적 표현과 장르적 실험 속에서도 피아노가 여전히 무대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는 실질적인 예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듣는 것만으로도 행사에 참여한다는 기쁨을 경험하게 하는 앨범이다.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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