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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adada Leo Smith & Orange Wave Electric - Fire Illuminations (Kabell, 2023)

 

미국 트럼펫 연주자 겸 작곡가 Wadada Leo Smith가 이끄는 새로운 그룹 Orange Wave Electric의 앨범.

 

1941년생인 와다다는 미시시피 흑인 음악의 전통 속에서 성장하며 10대 시절부터 다양한 재능을 발휘했고 정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연주와 창작을 개념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음악가로 성장하게 된다. 1960-70년대 이후 재즈의 다양한 음악적 격변과 실험 속에서, 자신의 음악을 늘 갱신해 왔고. ‘창조적 음악’이라고 정의한 자신의 활동을 통해 영적 조화는 물론 현실의 사회 및 문화적 이슈에 대한 음악가로서의 통합적인 기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80이 넘은 오늘날에도 그의 활동은 늘 현실과 호흡하며 자신의 창의적 표현을 꾸준히 갱신하고 있음을 이번 앨범은 증명하고 있다.

 

와다다는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뮤지션들과의 협업은 물론, 자신만의 음악적 창의를 완성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에도 솔로를 포함해 현악 4중주의 실내악적 양식에 기반한 RedKoral Quartet이나 다양한 악기를 활용해 실험적인 창작의 에너비를 반영하는 Golden Quintet 등과 같이 서로 성격이 다른 음악적 양식에 기반한 활동은 물론, Najwa의 경우처럼 일렉트릭의 관용적 표현을 구조화한 창의적인 프로젝트 등 다양하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OWE는 인적 구성으로 보면 Najwa를 확장한 듯한 모습을 띤다. 기타 Brandon Ross와 Lamar Smith, 베이스 Bill Laswell, 드럼 Pheeroan Aklaff 등 Najwa의 멤버들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고, 여기에 기타 Nels Cline, 베이스 Melvin Gibbs, 일렉트로닉 Hardedge 등과 같이 예전 와다다의 여러 프로젝트에서 함께 활동한 경험이 있는 뮤지션은 물론, 퍼커션 Mauro Refosco처럼 처음 거장과 호흡을 맞추는 연주자들을 포함해, 총 9명의 인원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번 와다다의 OWE는 기존 자신의 창작 방식과는 다른 음악적 접근을 포함하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Najwa의 일렉트릭의 표현을 확대하고 일렉트로닉의 요소를 더한 것처럼 보이지만, 녹음 이후 4년간에 걸친 포스트 프로덕션의 과정을 통해 음악적 구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음악적인 내용에서는 Najwa (2017)와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는 듯하면서도 그 형식이나 구성은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나 뉘앙스까지 나름의 차별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북미권에서 흔히 통용되는 재즈 트로니카라는 경향적 흐름과도 연관이 있지만, 와다다의 입장에서는 예술적 창작 활동의 새로운 접근을 의미하며, 앙상블의 다양한 연주와 녹음을 자신의 음악적 체계 안에서, 마치 하나의 완성된 그림처럼 형상화하는 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Ankhrasmation로 명명한 와다다의 예술적 기보 방식을 떠올리게 하며, 연주와 프로덕션을 통해 이를 소리로 다시 그려낸 듯한 음악적 정교함을 축적하고 있다.

 

이번 작업에서도 와다다 특유의 공간적 접근을 확인할 수 있다. 구조화된 양식 안에서 개별적 자율성과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이를 자신만의 음악적 체계로 수용하는 정밀함을 지닌다. 동시에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적 메시지의 선명함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앨범에서도 여러 인물들을 통해 사회적 의견을 음악적으로 표명하는데, 권투선수 Muhammad Ali에 관한 곡 2개를 비롯해 시인이자 인권 및 여성 활동가 Ntozake Shange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Tony Williams에 관한 트랙이 가장 흥미로운데, 직접적으로는 드러머를 언급하고 있으면서도 그 이면에는 Miles Davis에 대한 우회적 헌정이라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해당 곡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의 분위기에서도 강하고 느껴지는 대목으로, 구조화된 체계 안에서의 자율적 공간 개방과 집합적 사운드의 조직을 통해 새로운 창의를 선보인, 6말7초 시기 마일즈의 음악적 접근은 물론, 메시브 한 사운드 위로 펼치지는 뮤트 톤의 사운드를 쉽게 떠올리게 된다. 이는 와다다가 과거 Henry Kaiser과 함께 완성한 Yo Miles! (1988)를 현대적인 조건에서, 현재 자신의 음악적 자산을 활용해 새롭게 재현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수록된 곡 중 “Fire Illuminations in Side the Particles of Light”은 이번 앨범은 물론 와다다의 현재를 가장 잘 집약하는 곡이 아닐까 싶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복합적인 구조 안에서 겹겹이 쌓인 와다다의 트럼펫은, 때로는 흔들리고 점멸하면서도 목적지인 빛을 향해가는 지난한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처럼 들린다. 이는 마치 지난 반세기 이상의 시간 동안 와다다가 걸어온 음악적 여정처럼 보이며, 여든이 넘은 현재에도 그의 탐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사건임을 보여주는 듯하다.

 

 

202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