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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Wings for Louise - FAUNA (ExoPAC, 2023)

 

Wings for Louise라는 이름으로 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Charly Martin의 앨범.

 

찰리의 본인 소개에 의하면 일렉트로닉은 물론 포스트 록 씬에서 드러머로 경험을 쌓았고, 영화 음악 작곡을 공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몬트리올에 정착한 이후 일렉트로닉 분야에서 Echo 6 프로젝트를 통해 10여 년 동안 수많은 DJ 세트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극과 영화를 위한 오리지널 스코어의 작곡에도 관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찰리는 2019년부터 WfL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기악 중심의 작곡을 시작했고, Transcanadien (2022)를 통해 그 첫 결실을 발표하게 된다. 앨범은 기존의 일렉트로닉과는 결이 다른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프로젝트로,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진행에 앰비언트적인 레이어를 더해, 묘사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캐나다 북부의 자연경관을 음악으로 표현하며 명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번 새로운 앨범에서도, 전작에서 보여준 삶과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주제 의식과 기본적인 음악적 특징은 유효하며, 보다 세분화되고 정교해진 구성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피아노와 신서사이저의 조합을 통한 음악적 구성은 현악의 레이어를 더한 정교한 양식으로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며, 음악적인 진행에서도, 기존의 묘사적 특징에 시네마틱 한 서사가 더해지며 풍요로운 내용을 전하는 순간들도 관찰하게 된다. 스트링의 활용은 단순히 새로운 사운드를 더한 기능적인 요소적 첨가라는 인상보다는, 자신의 기존 표현을 보다 세밀하게 구분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처럼 보이며, 이는 기악과 일렉트로닉의 관계에 대한 다양하면서도 유연한 사고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는 앨범이 전하는 고유한 분위기의 연속 속에서도, 기악과 일렉트로닉의 다양한 조합으로도 나타나며, 이를 통해 각 트랙은 저마다의 특징과 표현을 동시에 포착하기도 한다.

 

다양한 편곡의 양식 속에서도, 앨범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구성의 특징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 표현 또한 이전에 비해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전해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온화한 톤으로 튜닝한 피아노의 솔로가 주를 이루는 트랙이 여럿 존재하며, 고전적인 코드 진행에 낭만적 서사가 더해진 플로우는, 마치 일상적 공간에서 전해지는 듯한 거리를 통해 친밀하게 전해진다. 일부 구간에서 시퀀싱이나 다운 템포의 비트를 활용한 일렉트로닉의 개입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모듈러나 아날로그 신서사이저가 구성하는 사운드스케이프가 주를 이루며 시네마틱 한 공간의 표현을 연출하고 있다. 다양한 사운드 대신 마치 템플렛과도 같은 일련의 패치를 활용해 균일한 묘사적 분위기를 완성하고 있으며, 피아노의 연주나 스트링의 텍스쳐와 안정적인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소스들을 활용해 기악적 흐름을 세밀하게 연출한다. 일렉트로닉의 표현이 주를 이루는 트랙도 존재하지만, 그 분위기 또한 다른 곡과의 균형을 염두에 둔 안정적인 흐름을 특징으로 한다.

 

기악 연주를 중심으로 하는 모던 클래시컬의 경향적 특징을 바탕에 두고, 앰비언트 특유의 공간 표현과 디테일이 더해지며, 이미지너리한 묘사적 표현을 완성하면서도, 그 안에 일상적 감정과 정서적 흐름을 반영한 서정을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피아노, 스트링, 신서사이저 등의 사운드를 유연한 조합을 통해 구조화하고, 그 안에서 구성의 다양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일관된 주제 의식을 반영한 듯한 정서적 균일함을 지속하고 있어, 그 모든 형식적 표현들이 긴밀한 연관 속에서 일체감을 형성하는 점 또한 인상적이다.

 

 

20230531